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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 장성에 거수경례하는 트럼프 영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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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료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노광철 인민무력상에게 거수경례로 답한 장면이 14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조선중앙TV 캡처]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료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노광철 인민무력상에게 거수경례로 답한 장면이 14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조선중앙TV 캡처]

 군 장성에 대한 예의일까, 북한의 프로파간다에 말린 것일까.

북한 조선중앙TV의 북미 정상회담 보도로 밝혀져 #"적국 장성에게 불필요…북한 체제 홍보에 말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 장성에게 ‘거수 경례’를 했던 사실이 알려져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CNN 등 외신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당시 북한 관료들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군복을 입은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이날 북한 조선중앙TV가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보도하면서 방영한 42분짜리 기록물의 일부다.

영상으로 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줄지어 선 북한 관료들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눴다. 이어 북한의 국방장관 격인 노광철 인민무력상 차례가 됐을 때 트럼프가 손을 내밀자 노광철이 먼저 거수경례를 했다. 이에 트럼프도 살짝 웃으면서 노광철에게 거수경례로 답했고 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옆에서 이 광경을 상기된 표정으로 바라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도 잡혔다.

영상이 공개되자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선전에 악용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브라이언 새츠 민주당 상원의원(하와이)은 트위터를 통해 "쓸데없이 트집 잡으려는 건 아니지만 적군 장성에게 거수경례하는 건 아무래도 큰 일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군사외교전문가인 전직 해군소장 존 커비는 “의전 관점에서도 부적절했고 국제무대에서 그들(북한)이 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전략에 말려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의전상 다른 나라 장성에게 거수경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트럼프도 알았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답례 인사는 예절로서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다른 나라 정부의 군 관계자가 거수 경계를 했을 때 그렇게 답하는 건 일반적인 예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군복을 입은 장성들에게 종종 거수경례로 화답해 왔고 이번 회담 기간 싱가포르 장성을 만났을 때도 그같이 인사했다.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거수경례는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지만 앞서 백악관 측을 통해서도 다른 장면이 소개된 바 있다.

정상회담 당일인 지난 12일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은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 서명식을 마치고 함께 건물을 나서는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우리의 국방장관 격인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동성명 서명식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는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노광철의 거수경례에 트럼프 대통령도 거수경례로 화답한 뒤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 소셜미디어 국장 댄 스카비노 주니어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우리의 국방장관 격인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동성명 서명식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는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노광철의 거수경례에 트럼프 대통령도 거수경례로 화답한 뒤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 소셜미디어 국장 댄 스카비노 주니어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이 영상에선 서명식장 밖에 도열해 있던 북측 수행원들 가운데 노광철 앞으로 트럼프가 다가가자 노광철이 거수경례를 했고 이에 트럼프도 거수경례로 화답한 뒤 악수했다.

트럼프 귀국 후 불거진 거수경례 논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매듭짓지 못한 채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만 세계에 공인해줬다는 일각의 비판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 공세 측면도 없지 않다. CNN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초인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을 만나 허리 숙여 절한 것을 두고 트럼프가 “아마추어”라면서 혹평한 바 있다고 전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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