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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확실히 미진하지만 시작이 반"

중앙일보

입력

“확실히 미진하지만 시작이 반이다.”

NYT 기고를 통해 긍정적인 면을 강조 #트럼프 '비전통적' 외교가 평화의 문 열어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첫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중앙포토]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중앙포토]

차 석좌는 “많은 결함에도 우리를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외교과정의 시작”이라며 “1953년 (6ㆍ25 전쟁) 정전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불과 5개월 전에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하면서 우리가 파멸적 전쟁으로 향하는 피할 수 없는 길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비전통적' 외교가 많은 흠이 있지만 우리는 그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북한을 스스로의 고립에서 끌어내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창의적 ‘올림픽 외교’와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결정 덕분에 세계는 거의 70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북미 사이의 역사적 회담을 목도했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가 ‘비전통적’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고립 버블’에 구멍을 냈고, 이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것”이라면서 적지않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를 약속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진한 부분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인 만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도할 후속회담을 통해 다음 단계를 위해 설정한 아젠다에 맞게 꼼꼼하게 실행에 옮기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석좌는 “북한 문제의 경우 결코 ‘좋은 정책적 옵션(선택)’이 없다”면서 “오직 ‘나쁨’(bad)과 ‘최악’(worse) 사이의 선택만 있을 뿐”이라고 말해 처음부터 지나친 기대는 실망만 안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제 사찰 전문가들에 대한 검증 이후 김 위원장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핵 폐기를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 석좌는 핵을 보유하면 미국이 대화에 나선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 유엔 차원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를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에게 존경을 표했다”면서 “궁극적으로 핵 깡패국가에 대한 합법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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