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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코트 만나면 펄펄 나는 ‘흙신’ 나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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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1일 프랑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받아 든 나달. [신화=연합뉴스]

11일 프랑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받아 든 나달. [신화=연합뉴스]

“어쩌면 7, 8년 전에 내가 2018년에도 우승할 거라고 예언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또 우승했다.”

프랑스오픈 11회 우승, 결승전 무패 #은퇴설 딛고 30대에 제2의 전성기 #“테니스 황제 페더러 내 목표 아냐”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32·스페인·세계 1위)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11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나달은 대회 마지막 날인 11일 열린 남자단식 결승에서 도미니크 팀(25·오스트리아·8위)을 세트 스코어 3-0(6-4, 6-3, 6-2)으로 꺾었다. 2005년 첫 우승 이래 14년간 11차례 우승이다. 특정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한 선수가 두 자릿수 우승을 기록한 건 나달뿐이다.

나달의 프랑스오픈 결승전 승률은 100%(11전 전승)다. 대회 전체 승률도 97.7%다. 88경기에서 86승 2패다. 나달은 2009년 프랑스오픈 4회전에서 로빈 소더링(스웨덴)에게 처음 졌고, 2015년 8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에게 마지막으로 졌다. 2016년 3회전에선 부상으로 기권해 패배로는 기록되지 않았다.

프랑스오픈에서 11번 우승한 라파엘 나달. [사진 ATP]

프랑스오픈에서 11번 우승한 라파엘 나달. [사진 ATP]

나달은 ‘흙신(the King of Clay)’으로 불린다. 클레이 코트에서 유독 강하기 때문인데, 클레이 코트는 하드 코트나 잔디 코트보다 표면이 무르다. 바운드된 공의 속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체공 시간이 길어진다. 빠르고 강력한 서브나 스매싱도 클레이 코트에선 위력이 줄다 보니, 랠리가 길어진다.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끈질긴 랠리 게임을 펼치는 스타일의 나달이 강한 면모를 보일 수밖에 없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나달은 17년간 79회 우승했는데, 그중 클레이 코트 대회가 57회다. 클레이 코트 통산 전적은 415승36패(승률 0.920). 클레이 코트에서는 50세트 연속 승리 기록도 갖고 있다. 50세트 연속 승리는 특정 코트 연속 세트 승리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존 매켄로(미국)가 1984년 카펫 코트에서 기록했던 49세트 연속 승리다.

자신을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 [인스타그램]

자신을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 [인스타그램]

영광의 이면엔 상처도 있다. 클레이 코트는 많이 움직임을 요구하는 만큼, 피로에 따른 부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007년부터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또 2015년 프랑스오픈에서는 등과 손목 부상으로 부진했다. 30대에 들어선 뒤에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은퇴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나달은 이날 결승전에서도 3세트 도중 왼쪽 손가락 부상으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나달은 “통증은 내 생활의 일부”라고 담담하게 말하곤 한다.

이 모든 악조건을 참고 견딘 나달은 30대에도 ‘흙신’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다. 30세 이후 메이저 대회 우승이 세 번인데 그 중 프랑스오픈이 두 차례(2017, 2018년)다. 나머지 한 번은 지난해 US오픈이다. 또 로드 레이버, 켄 로즈월,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에 이어 30대에 메이저 정상을 세 번 이상 오른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이번 우승으로 나달은 메이저 17승(프랑스오픈 11회, US오픈 3회, 윔블던 2회, 호주오픈 1회)을 기록하면서 20승의 페더러에 3승 차로 따라붙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도 페더러처럼 메이저 대회에서 20번이나 우승하면 좋겠지만, 목표로 정해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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