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외무성 차관 21일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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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량선의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수로 조사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 정부 간 외교 교섭이 급진전하고 있다.

정부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21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야치 사무차관은 방한 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예방하고,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과 한.일 차관급 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외교 채널을 통해 독도 부근 해저 지형에 대한 한국식 지명을 국제수로기구(IHO)에 등재하는 방침을 철회해 달라는 것 등을 포함해 네 가지 사항을 한국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요구 사항에는 ▶양국 간 쟁점이 되는 해양 조사 등의 사전 협의 ▶상대국의 EEZ 안에서 해양 조사를 할 때 통보만으로 가능하게 하는 상호통보제 ▶양국 EEZ 협상 재개 등이 포함돼 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20일 오전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일본 정부의 요구 사항들에 대해 논의하고 한국 측 EEZ 내에서 수로 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먼저 철회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제시한 안 중 지명 등재 시기는 늦출 수 있으며, 사전협의제와 EEZ 협상 재개는 논의할 수 있다"며 "그러나 EEZ 내 조사의 상호통보제는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화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일 외교 교섭의 결과에 따라선 2000년 이후 중단된 양국 간 EEZ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측량선 두 척은 일본 사카이(境) 항에서 3km 떨어진 시마네현 미호(美保)만에 정박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도쿄=예영준.김현기 특파원

◆ 야치 차관=일본 외무성의 2인자로 정통파 관료다.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일본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돼 왔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한국을 못 믿기 때문에 북핵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는 게 힘들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17일 라종일 주일 한국대사를 만나 '조건부로 출항 계획을 철회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국제수로기구(IHO: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나라별로 서로 다른 수로 관계 자료를 통일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산하에 각국이 제안한 해저 지명을 심사해 등록을 확정하는 해저 지명 소위원회가 있다. 이 소위 위원 11명 가운데 일본인은 한 명 있으나 한국인은 없다. 여기에서 확정된 바다와 해저 지형의 이름은 이 기구에서 펴내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 등재돼 국제적인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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