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기흡연 신체·정신건강에 치명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청소년들의 흡연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제도적·교육적·사회적인 대책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연세대 보건대학원팀이 조사한 남자고교생의 흡연율은 24·2%로 78년 중앙대 의대팀이 조사한 10·6%와 비교하면 10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흡연율은 연령증가에 따라 중2에서는 2·1%였던 것이 고1은 9·7%, 고2는 19·7%, 고3은 40·4%로 급격히 높아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도시지역 학생의 흡연율이 높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농어촌치역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의대 신경정신과 김헌수 교수(부속 용산병원)는 청소년의 흡연은 성인모방심리, 즉 친구나 주위사람으로부터 「어른이 다된 남자」 「멋있는 남자」로 인정받고 싶은 자기과시욕과 호기심에서 비롯된다고 밝히고 입시와 부모의 과중한 기대에 따른 스트레스, 그리고 주의의 흡연행동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체의식이 정립돼있지 않고 자제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흡연이 음주와 함께 예기치 않던 질병이나 폭력·자살·자해 및 성범죄를 야기할 뿐 아니라 인격발달에도 영향을 미쳐 성숙된 성인기로의 자연스런 이행을 어렵게 하고 인격장애나 정신장애의 요인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끼리는 자연스럽게 그룹이 형성되고 이는 술이나 다른 약물에까지 탐닉하게 되는 동기가 돼 비행을 저지르게 유도하는데다 성인으로 자란 후의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청소년 흡연은 더욱 문제가 된다는 것.
담배 속에 포함된 수천 종의 화학물질은 폐암을 비롯해 후두암·구강암·식도암·방광암·췌장암 등 각종 암과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 말초혈액질환,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기관지염·폐기종과 같은 만성폐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 잘 알러져 있는 사실이다.
김 교수는 흡연습성이 고착되는 청소년기 이전에 이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고 말하고 담배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금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청소년 흡연을 비행문제보다는 건강문제적 측면에서 접근, 해결해가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는 등 솔선수범을 하고 시청각교육도 다채롭게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흡연자의 시커먼 폐와 비흡연자의 분홍색 폐의 모습을 비교전시하고 담배연기중의 일산화탄소 등 유해성분의 양을 직접 측정, 이를 실험용 쥐에 투여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실험을 통해 체험토록 하거나 모형인형을 통해 담배연기가 폐에까지 어떻게 들어가며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를 보여준다.
김 교수는 또 흡연은 스트레스의 해소책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하며 흡연동기나 금연결심을 방해하는 요인을 상세히 분석, 제거해주고 담배에 대한 심리적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가정이나 학교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 담배를 피우는 가정의 학생일수록 흡연율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자신이 담배를 피우면 자녀의 생명을 그만큼 단축시킨다는 부모의 의식전환도 청소년의 흡연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종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