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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영화] '동물의 왕국' 맞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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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감독:카를로스 살다나
장르:코믹 어드벤처
등급:전체
홈페이지:(www.foxkorea.co.kr/iceage2)

20자평:세상 얼음이 다 녹는다 해도 한 톨 도토리를 찾으리.

◆ 와일드

감독:스티브 스파즈 윌리엄스
장르:코믹 어드벤처
등급:전체
홈페이지:(www.wild2006.co.kr)

20자평:개가 무서운 사자, 사자를 먹겠다는 영양, 그 결말은?

20일 국내에서 동시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아이스에이지2'와 '와일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얘깃거리가 되는 작품이다. 우선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이 내놓은 최신작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다. '와일드'는 애니메이션의 종가 디즈니가 캐나다의 CORE 디지털 픽처스를 통해 만들었다. '아이스에이지2'는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를 끌어들여 신흥 애니메이션 명문으로 부상 중인 20세기폭스가 제작했다.

두 작품 모두 동물이 주인공으로, 제작비가 약 8000만 달러(약 760억원)라는 점도 비슷하다. 그런데 미국에서 3월 31일 개봉한 '아이스에이지2'는 첫 주 7050만 달러로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2위(1위는 '슈렉2')라는 기록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14일 개봉한 '와일드'는 첫 주 960만 달러의 수입으로 흥행 4위에 그쳤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아이스 에이지2'를 보자. 2002년 선보인 '아이스 에이지'에는 다른 작품에선 좀체 볼 수 없었던 빙하기란 배경, 매머드.이빨호랑이.나무늘보와 도토리광 다람쥐 등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 인간의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동물들의 우정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있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20세기폭스는 비로소 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드림웍스와 승부할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 자신감이 이번 작품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게다가 올해 개봉 예정 애니매이션이 10편이 넘을 것이라며 서둘러 개봉한 전략도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빙하기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찾아가던 전편과 달리 이번에는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해빙기가 배경이다. 거대한 얼음이 깨지며 엄청난 물이 쏟아지는 장면이 그럴듯한 눈요깃거리가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터.

바람에 흔들리는 동물들의 털, 물에 젖은 털, 털 그림자까지 묘사해낸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최첨단 기술력을 뒷받쳐주는 힘은 바로 주인공들의 개성이다. 전편에서 가족을 잃은 매머드 매니가 느끼게 된 멸종에 대한 공포와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바심,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나무늘보의 강박관념, 물을 무서워하는 이빨호랑이, 그리고 자신을 주머니쥐로 알고 있는 암매머드 엘리의 이야기가 네 축을 이룬다. 여기에 악동 주머니쥐, 대머리 독수리 등 평범하지 않은 조연들, 특히 도토리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가진 다람쥐의 돌출 행각은 맛깔스러운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동물 도감에서나 보았음직한 동물들이 벌이는 액션에 신기함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겨내려는 모습에 공감하게 된다면 당신은 이 작품이 파놓은 함정에 제대로 빠진 셈이다.

한편 '와일드'는 현대의 뉴욕 동물원이 배경이다. 자신이 정글 출신이라고 자랑하는 사자와 그런 아버지에게 항상 주눅이 들어있는 아들 사자, 여기에 기린, 기린을 좋아하는 다람쥐, 아나콘다, 코알라 등이 관람객이 가버린 심야의 동물원에서 자신들만의 인생을 즐기는 중이다. 그런데 아기 사자가 컨테이너에 실려가면서 동물들의 '사자 아들 구출하기'라는 긴 모험이 시작된다.

그런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뉴욕 동물원 동물들의 탈출기는 지난해 개봉한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가, 아들을 찾아나선 아버지의 눈물겨운 스토리는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가 이미 써먹은 얘기다.

제작진은 9년 전 이 컨셉트를 가지고 디즈니를 찾아갔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 뒷북을 친 셈이다. 애니메이션계의 아이디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컬링이라는 얼음 스포츠, 뉴욕의 화려한 야경, 악어가 살고 있다는 뉴욕 지하도의 전설 등 나름대로 볼거리를 집어넣었으나 힘이 달리는 편이다.

게다가 사자를 잡아먹음으로써 육식 동물을 지배하겠다는 욕망에 불타는 영양이나 도박 중독에 걸린 비둘기의 캐릭터는 다소 거슬리는 측면도 있다. 조용히 사는 사자(미국)의 코털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로도 읽히니 말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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