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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환호'가 순식간에 물거품...부적격·부정 아파트 당첨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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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로또' 잡으러 견본주택 가는 길. 청약자격은 까다로워지고 '로또'는 늘면서 부적격 당첨과 부정 당첨이 늘고 있다.

'로또' 잡으러 견본주택 가는 길. 청약자격은 까다로워지고 '로또'는 늘면서 부적격 당첨과 부정 당첨이 늘고 있다.

 # 지난달 2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김모씨. 당첨자 발표 후 며칠 뒤 계약금을 준비하던 그에게 당첨을 취소한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한 번도 집을 가져본 적이 없는 김씨는 청약 때 무주택 기간을 15년으로 적었다. 아내가 원래 갖고 있다가 결혼 3년 후 판 집을 깜빡했다.

한 단지서 부적격 25%까지 늘어 #부정 당첨 적발도 잇따라 나와 #부적격·부정 당첨되면 취소 #청약자격 제한에 벌금 물 수도

#지난 4월 새 아파트에 당첨돼 계약한 박모씨. 조만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박씨는 3년 예정으로 1년 전부터 수도권 외곽에 있는 지점에 파견돼 다니고 있다. 회사 근처에 전셋집을 구했고 주민등록 주소는 가족이 있는 서울에 그대로 뒀다.
박씨는 주소를 실제로 거주하는 곳과 다르게 적었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계약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수천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주변 시세보다 싼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면서 청약 열기가 뜨거운 분양시장이 '부적격 당첨'과 '부정 당첨' 불안에 떨고 있다. 부적격이나 부정 당첨자는 일정 기간 청약 제한의 불이익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처벌까지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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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이전엔 '부적격', 이후엔 '부정' 

부적격 당첨과 부정 당첨은 비슷해 보여도 매우 다르다. 부적격 당첨은 청약 내용을 전산검색이나 제출서류로 확인한 결과 분양 자격이나 1순위 요건과 다르게 당첨된 경우다.

분양 업체는 당첨자 발표 후 당첨자 계약 이전에 부적격 당첨자를 가려낸다. 부적격 당첨자는 당첨이 무효가 되고 당첨일로부터 1년간 청약할 수 없다. 최장 5년 재당첨 제한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부정 당첨은 부적격 당첨과 구분하기 위해 정부가 쓰는 표현으로 법적 용어는 아니다. ‘불법행위’로 당첨된 경우를 말한다. 대개 계약이 이뤄진 뒤 드러난 부적격 당첨이다. 부적격 당첨 판정을 통과한 서류 등의 진위를 가려 서류와 실제가 다르면 부정 당첨이 된다.

부적격 당첨은 무지·실수·착오나 고의든 계약 전 단계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계약 체결에 따른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 전이어서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계약 이후에는 문제가 된다. 관련 법에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입주할 수 있는) 지위나 주택을 공급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공급질서 교란’이라는 불법행위에 해당해 분양권 불법 전매와 마찬가지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최장 10년간 청약자격 제한을 받는다. 사법기관의 수사와 재판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부적격 당첨 4명 중 한명까지 나와

부적격·부정 당첨이 크게 늘어 분양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전 5% 수준이던 부적격 당첨이 요즘은 당첨자 10명 중 많게는 2명이 넘는다. 지난달 청약 접수한 영등포구 2개 단지(403가구 모집)의 부적격 당첨자는 80명으로 20%다.

자료: 업계 종합

자료: 업계 종합

지난 3월 10억원이 넘는 비싼 분양가에도 3만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며 청약 열풍을 일으킨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만 해도 부적격 당첨자가 1232가구 중 136가구로 11%이었다.

부적격 당첨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8·2대책 후 청약자격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가점제 확대(전용 85㎡ 이하 100%, 초과 50%)로 가점제로 뽑는 당첨자 숫자가 늘어났다.

청약자가 인터넷 청약 때 직접 입력해야 하는 항목이 늘었다. 일반공급의 경우 세대주 여부, 거주지역, 거주 기간과 청약가점제의 주택 소유 여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이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과 청약 가능 주택형 범위를 결정하는 청약통장 예치금만 자동으로 뜬다.

무지나 실수, 착오로 인한 기재만이 아니라 청약가점을 높이기 위한 허위 기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달부터 도입된 특별공급 인터넷 청약도 부적격 당첨자를 양산하고 있다. 영등포 2개 단지 부적격 당첨자의 40%가 특별공급에서 나왔다.

일반공급 부적격 당첨은 주택 소유 여부와 무주택 기간 산정에서 많이 나온다. 시점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법에서 주택 취득과 양도는 잔금 청산일과 소유권 이전 등기 접수일 중 빠른 날이다.

청약제도에서는 등기부등본상에 나오는 등기 접수일이다. 잔금 청산일은 등기부등본에 없다. 잔금 청산일과 등기 접수일이 차이가 크게 나면 당락이 달라질 수 있다. 무주택 기간 1년의 청약가점은 2점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부적격 많아 

특별공급의 경우 자격 완화로 청약자가 대거 몰리는 신혼부부에서 부적격자가 많이 나온다. 영등포 단지의 특별공급 부적격자 13가구 중 신혼부부 6가구로 가장 많았다.

신혼부부 부적격 당첨의 주된 이유는 소득 문제다. 신혼부부 소득 기준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이다. 급여 소득자는 계산이 어렵지 않은데 자영업자 등은 복잡하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정부는 디에이치자이개포 등 서울·과천 5개 단지 2735가구에서 부정 당첨 118가구를 적발했다. 이 중 75%인 89가구가 위장전입이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이전 1년간 청약자의 전출입 내용을 분석해 위장전입 의심 사례로 적발한 가구 수는 24가구에 불과했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부정 당첨에 위장전입이 많은 이유는 주소가 당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위장전입은 거주지·거주기간 요건과 청약가점제의 부양가족 수 점수와 관련이 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해당 지역에 실제로 1년 이상 계속해 거주해야 한다. 부양가족 수는 1명당 5점으로 점수가 높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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