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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 아프리카 시장 여는 ‘열쇠’ 케냐 뚫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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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 정부의‘탈(脫) 원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기술 한류’가 전력 절대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을 두드리고 있다.

케냐, 2027년 첫 원전 착공 목표 #연구용 원자로 기술 도와달라 요청 #남아공 원전 10기 추가 건설 추진 #전력난 나이지리아·가나도 관심 #프랑스·러시아 등 수출경쟁 치열 #“탈원전과 별개, 한국도 의지 보여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케냐 원자력전기위원회와 연구용 원자로 도입을 위한 워크숍을 지난 4~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케냐 원자력전기위원회와 체결한 연구용 원자로 분야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의 후속 조처다. 한국과 케냐 양국의 원자력 분야 전문가 30여 명이 참석해, 한국 연구용 원자로 운영 경험과 기술을 살피고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쿠벅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대부분의 국가가 전력 자원이 크게 부족한 아프리카 대륙 내 유일한 원전이다. [사진 포린 폴리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남아프리카공화국 쿠벅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대부분의 국가가 전력 자원이 크게 부족한 아프리카 대륙 내 유일한 원전이다. [사진 포린 폴리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케냐는 올해 완료 예정인 연구용 원자로 예비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대한 기술 지원과, 실제 도입을 위한 사업 계획 수립에 한국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다고 원자력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열 출력 30㎿(메가와트)급 고성능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1995년 자력으로 설계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09년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 건설 사업을 수주해 지난해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케냐처럼 원자력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도입하려는 국가를 위해 원자력연구원은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협력 활동이 한국형 연구용 원자로, 소형 원전을 비롯해 대형 원전 수출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냐는 2030년까지 중진국 도약을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담은 ‘비전 20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도 그 일환이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전력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케냐는 남한의 6배에 가까운 58만2650㎢ 영토에 인구는 4600만 명에 달하지만 1인당 GDP가 1837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이다. 비전 2030에 따르면 케냐는 2027년부터 1000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나이바샤 등 10곳의 건설 후보지가 선정돼 있으며, 시공사를 물색 중이다. 원전 1호기 시공 금액은 50억 달러로 예상되며, 건설 기간은 약 5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케냐는 원전 협력의 주요 파트너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선택했다. 2016년 케냐 원자력위원회가 한국전력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울산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에는 최근까지 28명의 케냐 기술자들이 원전과 관련한 석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다. 남아공은 현재 남서부 쿠벅 지역에 2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가 전체 전력 수요의 5%만을 공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2030년까지 대형원전 10기에 해당하는 9600㎿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케냐를 포함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에너지 개발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상태다. 가나도 전력난 대처를 위해 원전 건설 추진 조직을 구성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공사와 협력해 원자력 발전소 설립을 협의하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매년 ‘뉴클리어 아프리카’라는 이름의 국제원자력에너지 포럼이 열린다. 여기에는 남아공 정부와 원자력 기관뿐 아니라, 아프리카 주요국과 한국·러시아·프랑스·중국 등 원전 주요 수출국의 관련 회사와 기관들도 참석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은 보고서 ‘아프리카 원전 시장의 기회’에서 “아프리카 대륙에는 원전 개발을 하려는 국가들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열악한 경제환경과 불안정한 정부정책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또한 “남아공과 나미비아 등에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이 고르게 매장돼 있고,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원료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아프리카로서는 원전이 장기적으로 매우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도 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은 별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원전 도입 국가들의 염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원전과 원전기술 수출 장려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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