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장세…연 8일째 뒷걸음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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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세 변화 시점 됐다">
주가가 연 8일째 떨어지면서 종합주가지수 6백80선도 무너졌다.
지난 19일 7백10·63을 기록한 이후 연일 내리막길을 걸어온 주가는 26일 마지노선이라는 6백80선마저 맥없이 무너뜨리는 심한 무력증을 보였다.
이처럼 주가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주가 부양에 일조를 해야할 증권·보험사 등 기관 투자가들이 통안 증권 인수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데다 기대했던 부동산 자금의 유입은 신통치 않고 여기에 남북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반감, 올림픽 후 경기 하강 우려, 주식 공급 과잉 등 수급 불균형 등이 어우러진 것.
그러나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85년 하반기 이후 내리 3년간 급등해온 주가의 향방에 대한 불안감이라 할수 있다.
아무리 국내 증시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다해도 대세 변화의 싯점이 되지 않았느냐는 논의가 서서히 일고 있는 상황이다.

<기관 투자가 역할 못해>
최근 증시에 전례 없는 이상 냉각 현상이 계속되자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 등 기관 투자가 들이 매수를 늘려야 하는데도 일반 투자자들과 함께 매도를 가속화시켜 장을 망쳐놓고 있다』는 자성론이 강하게 대두되어 눈길.
뿐만아니라 각 증권사들마다 약정고 경쟁에 따른 단기 매매가 성행해 건설·은행주 등 가격의 등락이 심한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고 팔아 단기 이익을 노리기 때문에 기관 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
각 증권사들은 부동산 투기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12일에는 약 90만주를 사고 40만주 가까이 팔아 「사자」가 약 50만주 많았으나, 16일부터는 「팔자」로 돌아서 강세가 나빠진 25일에는 15만주를 사고, 45만여주를 팔아 매도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추세.

<뚜렷한 이유 설명 못 해>
가는 장이 나쁠 때도3∼4일 연이어 떨어지면 반등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것이 상례이나 요즘 들어 연 8일째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로 곤두박질하자 각 증권사의 객장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뜸해진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이러다가 투매 현상에 이어 증권 파동이 오는 것이 아니냐』 며 우려를 하기도.
특히 지난 7월 이후 주식에 뛰어든 신규 소액 투자자들은 아침마다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오늘도 주가가 떨어지겠느냐』 『주가가 연일 떨어지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올림픽 후의 주가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를 묻는 등 애를 태우고 있는데 직원들도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올림픽이 끝나면 양이 괜찮아질테니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라』는 등의 궁색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것.
증권사 임직원들 중에는 전에 『8월의 강세는 전반적으로 장미빛』이라고 매입을 부추기는 조언을 해줬다가 고객들로부터 『당신 믿고 투자했다가 망하게 됐다』며 거센 항의를 받는 일이 잦은데 이들은 『오른다고 했다가 떨어지면 두들겨 맞고 내린다 했다가 정말 내리면 당신 때문에 떨어졌다고 원성이 자자하여 죽을 맛』이라고 푸념.

<박태욱·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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