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曺9단 "나는 지금 바둑을 즐기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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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3국
[총보 (1~189)]
白.李昌鎬 9단 | 黑.曺薰鉉 9단

조훈현9단은 오는 20일 중국의 창하오(常昊)9단과 소위 '무림대국'이란 이벤트를 벌인다. 다음은 중국 기자들이 曺9단과 인터뷰한 내용.

-어느덧 바둑계의 원로가 되었는데 바둑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인가.

"네살 때 바둑을 배워 아홉살에 프로가 되었다. 그 오랜 기간 얻을 것은 다 얻었다. 기예가 더 진보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나는 지금 바둑을 즐기고 있다."

-풍부한 인생과 실전경험으로 창하오9단에게 충고를 한마디 한다면.

"내 인생에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여러차례 있었다. 사람이 침체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曺9단은 중국 기사들에게 행운의 반집 역전승이 많았는데 중국 기사들의 실력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운이 부족한 것인가.

"중국의 젊은 기사들은 심리적 부담이 큰 것 같다. 인생이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 것처럼 바둑도 이 한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둑을 두는데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남지 않아야 한다. 이 점이 중요하다."

曺9단은 이창호9단에게 2연패를 당해 막판에 몰렸으나 특유의 근성을 보이면서 1승을 일궈냈다. 인터뷰에서 바둑을 즐긴다고는 했지만 이 말을 오해해선 안된다. 曺9단의 '즐김'은 온몸을 던져 승부하는 것이다.

이 판의 승부를 놓고 118을 패착으로 꼽는 기사들이 많았다. 중앙 대마가 허망하게 잡힌 이면에는 이창호9단의 착각도 있었던 듯하다.

'참고도'는 실전의 146부터 149까지 4수를 옮긴 것. 백1의 수비가 불가피하여(손빼면 A가 있다) 흑2, 4라는 절호의 수순으로 대마가 포위되며 승부가 나버렸다.

이 대목을 보면 흑▲에 백△로 받은 수가 패착이란 해석이 이해가 간다(170.176=58, 173.185=167). 189수 끝, 흑 불계승.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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