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서 범행숨긴 흔적|오 부장 피습 발생직후부터 알고 있은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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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홍근 중앙 경제신문 사회부장 피습사건은 군 관계자들이 사건발생직후 처음부터 이를 알고 범죄를 은폐·축소 조작하려한 흔적이 뚜렷한 것으로 군 수사당국은 보고있다.
사건직후 목격자들이 진술한 범행차량 서울 1라 3406호 포니2 승용차는 사건발생 18일만에야 목격자와 대질조사를 시켰으며 이때 당초 색깔이 아닌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범인들이 사고당일엔 육군정보사 소속차량이 아닌 파견부대 소속 차를 타고 범행했다』고 밝히면서 소령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한 점 등이 수사상의 의문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도 『소령을 주축으로 한 군인4명이 차량까지 동원, 조직적으로 움직였는데도 이들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범행은폐=육군 정보사측은 사건직후 현장서 목격된 서울 1라 3406호 포니2 승용차가 정보사 소속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사건이 나기 2일 전인 4일 오후 1시 이후엔 운행한 사실이 없다」 고 경찰에 통보, 처음부터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24일 정비원등 3명의 목격자와 범행차량의 대질조사때 군은 포니2 승용차 6대를 보여주며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고르라고 했으나 이때는 이미 문제의 차량이 다른 색깔·형태로 변조돼 목격자들이 차량을 확인할수 없었다.
차량목격자 이명식씨는 ▲차량이 처음 목격했을 때는 쑥색이었으나 군이 보여준 3406호는 은회색으로 되어있고 ▲범행당시 목격한 차량에는 뒤창에 윈도브러시가 없었으나 새로 설치되어있고 ▲뒷좌석에 스피커가 있는 등 4가지 점에서 틀리다고 진술, 범행차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변조됐다고 말했다.
◇범행축소=범인이 검거된 후에도 군측은 이번 사건이 박 소령 단독범행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은 범행에 사용한 3406호 포니2는 정보사 본부소속으로 되어있고 군이 범행당일 사용했다는 서울 1거 6873 포니엑셀 승용차는 파견부대 소속으로 되어있어 만약 박 소령 단독 범행일 경우 파견부대소속인 박 소령 등 범인들이 어떻게 본부소속차량을 멋대로 이용할 수 있었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육군수사당국도 이같은 점에주시, 사건주범 박철수소령의 상관들이 범행을 사주했거나 지시했는지의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육군수사당국관계자는 26일 박 소령 등이 범행사실을 모두 자백했으나 이날 아침까지도 박 소령은 자신이 주도한 범행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정황으로 미루어 박 소령 선에서 단행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그의 상급지휘관에 대한 수사를 계속중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박 소령의 직속상관인 이모 준장(ROTC 1기)도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라며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색출, 엄중 처벌하라』는 오자복 국방장관의 엄명에 따라 수사를 확대, 정밀수사를 펴고있다고 설명했다.
▲박철수 소령=오홍근 부장 테러사건 주범으로 밝혀진 박철수 소령(36)은 충남대전이 고향으로 충남고를 졸업, 71년3월 숭실천 전신인 숭전대 대전캠퍼스(대전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해 75년1월 공학사학위를 받고 47회로 졸업했다.
박씨는 대학 재학중 ROTC를 받으며 명예위원장을 지냈고 13기로 임관, 장기복무를 지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씨의 성격은 겁이 없고 대담한 편이며 사병들에게도 욕설을 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씨는 소령 진급후인 85년 2학기 한양대 경영대학원에 입학, 올해 2월 「우리 나라 노사협의제도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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