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추진하던 시장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데다, 당내에서 단일화 협상에 반발이 본격화되면서다.
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은 사전투표가 시작된 8일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당대당 통합을 요구하고 있지만, 안 후보 측은 “당대당 통합은 들어줄 수 없다”며 맞섰다. 김 후보 캠프 정택진 대변인은 8일 새벽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김 후보는 양심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층을 아우르는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에 사퇴할 수도 없고 사퇴해서도 안된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7일부터 김 후보 측의 기류가 바뀌어 단일화 논의에 잘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바른미래당내 반발은 커지고 있다. 당내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후보 측이 요구한 ‘당 대 당’ 통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김동철 원내대표와 권은희 의원은 7일 성명서를 내 “최근 안 후보와 김 후보 간 단일화 문제가 거론되고, 급기야 당대당 통합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에 경악하고 분노한다”며 “해체되고 청산돼야 할 정당과 단일화 운운하는 발언이 나오는 것 자체는 도저히 납득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주선 당 대표도 8일 “한국당은 국정 농단과 적폐 및 부정부패세력으로서 청산과 배제의 대상”이라며 “후보 단일화, 연합ㆍ연대와 당대당 통합 운운은 바른미래당 스스로를 청산과 배제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묵과할 수 없는 엄중한 해당행위”라는 입장문을 냈다. 박 대표는 단일화 논의에 대해 “한국당과 김 후보가 서울시장 당선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득표율 2위라도 하여 선거 후 불어닥칠 한국당의 혼란과 소멸을 막아보겠다는 고도의 포석으로 기획 연출한 추악한 정치 굿판에 안 후보가 끼어든 것”이라며 “안 후보는 이 굿판을 당장 걷어차고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일단 당내 반발 진화에 나섰다. 안 후보는 손학규 선대위원장과의 통화 등을 통해 ‘당 대 당 통합’ 논의 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손학규 위원장은 이날 당 선대위 회의에서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 한국당과 합당 또는 연대 논의가 있지 않았느냐는 우려가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늘 아침 안 후보와 분명히 이야기 했고, 안 후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당대당 통합이나 연대 이런 논의는 있을 수도 없고 인위적이고 공학적인 단일화는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현재 안 후보는 단일화 없이 선거를 완주할 경우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당초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강구도를 기대했지만 보수층이 오히려 김 후보쪽으로 집결하는 흐름이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