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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자금 내역 끝내 공개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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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5공 비리조사특위의 세종연구소(구 일해재단) 현장조사는 24일 오후2시55분부터 25일 새벽 5시35분까지 무려 15시간 가까이 마라톤 진행.
이날 조사는 제1영빈관·제2영빈관의 집기은폐 및 명칭변경을 놓고 야당 측의 집요한 추궁으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점차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출연한 20억5천만원의 출처와 수표의 번호, 기부금액을 둘러싸고 일해 측이 공개를 거부해 험한 분위기 속에 끝나고 말았다.
이날 오후2시55분 대형버스로 연구소에 도착한 특위위원들은 김기환 소장 등 관계자들에게 전체회의형식의 질의답변을 시작.
19명의 의원질의가 끝난 뒤 오후3시15분부터 연구소본부로 개칭된 제1영빈관, 국제교류센터로 이름이 바뀐 문제의 제2영빈관, 수영장, 체육관 등을 2시간 여 동안 현장답사.
김동주(민주)·김 현(공화)의원은 카펫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가리키며『지금 놓여 있는 가구가 원래 집기와는 다르다』면서「전남지사공관 집기은폐 조작사건의 재판」이라고 흥분.
결국 각 당 1명씩으로 합동조사단을 구성, 재조사결과 연구동 지하실 비품창고에서 봉황 2마리가 새겨진 원형탁자, 30여 개의 등나무의자, 이발의자, 헬스 기구 등 이 발견됐으며『이는 제1영빈관이 지난 4월18일 기자들에게 처음 공개되기 직전 영빈관지하로 옮겼다가 습도가 맞지 않아 옮겼다』는 관계자들의 설명.
또 제2영빈관 지하창고엔 병풍, 상당량의 고급가구 등 이 있었으며 역시「4·18 기자공개」직전 이동했다는 것.
이어 계속된 김 소장과 조사의원들의 질문답변은 검사와 피고인의 신문을 방불케 했는데 야당의원들은 전 전 대통령의 20억 원 출연금 출처, 기부자의 개인별 기금액수 등에 초점을 맞추어 집요하게 추궁.
김 소장은『추후 제출하겠다』고 넘어가려다가 의원들의 호통을 받고 찔끔찔끔 공개했는데 끝내는 전 전 대통령이 낸 수표번호공개에 대라 김 소장이『처벌을 받더라도 밝힐 수 없다』고 공개를 거부했다.
다음은 이날의 일문일답내용.
▲이기택 위원장=세종연구소가 국민의 원성,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들은 연구소를 요지경·아방궁이란 말을 하고 있는 등 엄청난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진구 의원(민정)=랑군 유가족자녀에 대한 지원사업실적은 미비하다. 비행기가 숨겨져 있는 땅굴이 있는지 밝혀라.
▲김동주 의원(민주)=감독관청인 외무부로부터 감사 받은 적이 있느냐. 일해재단이라고 명칭을 지은 것은 누구였는가. 기부자 56명의 명단 및 헌금일자를 밝혀라. 일해재단 창립회의에서 사회를 본 조성희 대령의 인적사항과 무슨 자격으로 사회를 봤는가. 청와대에서 직접 접수한 기부금을 일 해에 입금한 날짜를 밝혀라.
▲손주환 의원(평민)=모금 당시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강요했고 조성희 대령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해명해라.
조 대령은 현금목표액을 완전히 채워 안기부 경리과장으로 영전됐다는데 그것이 사실인가.
전 전 대통령이 20억5천만원을 출자했는데 전 전 대통령은 어떻게 이 같은 돈을 낼 수 있었는가.
▲신재기 의원(민정)=성금이 타의에 의해 거둬졌는지. 자의로 냈는지의 기준이 되는 회의록이 있을 것인데 이를 공개하라.
▲김인영 의원(민정)=이 연구소와 성남비행장 간에 지하터널이 있다는데 사실인가. 연구소의 시공설계는 누가 했는가.
영빈관을 호화롭게 건축했다고 하는데 누가 사용했는가.
▲김동규 의원(민주)=증권계의 대부라는 강모 사장이 일해재단고문으로 재직한 적이 있느냐. 전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최한 기업인 초청모임에서 기업인들에게 종이와 연필을 주고 그 자리에서 오늘 얼마씩 내겠다고 기록하게 한 것으로 참석했던 한 중소기업인으로부터 들었다. 그것이 강제모금을 말하는 게 아니냐.
▲박석무 의원(평민)=「나카소네」전 일본수상과「포드」전 미국대통령을 연구소에 초청, 강연회를 주최하면서 이들에게 지급한 사례비는 얼마냐. 접대한 숙식비는 얼마냐.
▲김 현 의원(공화)=연구원이 48명에 불과하며 연구원이 쓰는 건물도 3천6백 평인데 무슨 이유로 이렇게 큰 연구소를 만들었는가.
▲안병규 의원(민정)=현재 전 전 대통령이 세종연구소에 어떤 형식으로 간여하고 있는지 밝혀라.
▲김충조 의원(평민)=시중에는60여명의 경호원들이 연구소에 있다고 하는 데 이것이 사실인가.
▲김기환 소장 답변=성남비행장까지 터널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 재단의 증권투자는 절대 없다. 기업의 기금출연은 강제가 아닌 자의에 의한 것이다. 토지형질변경에 있어 일체의 위법사항은 없었다. 연구소는 시공을 현대건설이, 설계는 공간 사, 담당은 고 김수근씨였다.
영빈관은 국외저명인의 국내 체류 시 교류를 위한 목적으로 지었으나 그 동안 주방을 담당하는 직원이 없어 사용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설립자였다는 관계 외에 어떤 지위도 갖고 있지 않고 출연자로서 끝났다.
▲박진구 의원=구내를 돌아보니 이 정도 시설물이 필요 있느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지하실 비품도 과다하다는 느낌이다.
▲김 소장=시설이 호화스럽다는 데는 동감이다.
▲노무현 의원(민주)=왜 제2영빈관시설의 출입을 통제했느냐. 전 전 대통령이 88년 이후 계속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냐.
▲김 소장=지난해 8월까지는 영빈관 시설접근을 제한해 외부인과 관계자 외에는 통제했다. 작년8월 정관개정 때 설립자가 관여하는 조항을 없앴다.
청와대경호원이 시설보호를 위해 배치된 적은 없다. 그렇지만 청와대 경호 실 산하 4개 군부대제대자 40여명이 지금까지 안전업무를 맡고 있다.
▲김동주 의원=성금기부자 56명 중 기타 2명은 누구냐. 금액과 기부일자를 밝혀라.
▲김 소장=전 전 대통령이 출연한 20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모두 수표로 입금된 사실은 알고 있으나 그 돈이 어디서 생긴 것인지 아는바 없다.
조성희씨는 특전사 중령으로 예편해 총무부장(현 사무처장)으로 84년 7월2일부터 10월2일까지 근무했다.
▲김동주 의원=현대건설이 소유한11만3천 평, 정주영씨 소유 9백 평, 이명박씨 소유 3천1백 평을 기부 받은 것이냐, 또는 매입한 것이냐.
▲김 소장=처음엔 매입했으며 영수증까지 나갔다. 시간 차이를 두고 이를 반환해 기부 처리했다. 양정모씨가 이사를 사퇴한 이유는 모르겠다.
기부자의 개인별 액수는 기증자들이 공개를 꺼리고 있어 이사회를 열어 본인들의 양해를 얻어 빠른 시일 내에 개인별 기부액수 자료를 제출하겠다.
▲김인배 사무처장=84년 10월22일 장세동 당시 경호실장으로부터 10억 원 짜리 수표2장 20억 원을 받았다. 그 돈을 주며『이 돈은 재단설립에 찬동하는 사람들로부터 대통령이 받은 것』 이라고 했다. 기부자들이 대통령에게 익명을 요구했다고 했다. 전 대통령이 장 실장을 통해 준 것이다.
그런데 3년 짜리 장기예금으로 은행에 바로 넣고 87년 10월 예금증서를 교환했으므로 수표발행은행을 모른다.
▲김동주 의원=87년 7월2일 15억 원을 낸 사람이 익명으로 돼 있는데 이를 밝혀라.
▲김 소장=이름을 모르며 밝힐 수 없다.
▲김동주 의원=10억 원씩 낸 보증수표의 번호를 대 달라.
▲김 소장=지금현재 기록이 없어 알 길이 없다. 내줄 수 없다.
▲김동주 의원=예금장부를 내 달라.
▲김 소장=있으나 못내 놓겠다.
▲김동주 의원=이는 고의적으로 조사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처벌을 감수하겠는가.
▲김 소장=감수하겠다.
▲이 위원장=무려 15시간 가까이 활동을 했으나 연구소 측은 불성실한 답변태도를 보이고 국회를 무시하는 자세를 보여 심히 유감스럽다. 빠른 시일 내 전체회의를 소집해 세종연구소를 계속 추궁해 나가겠다(25일 새벽 5시35분 종료).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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