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북한과 6000마일이나 떨어져 있다” 트럼프 발언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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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6000마일(9600㎞) 이나 떨어져 있다. 그들(한·중·일)이 이웃 국가이고 우리는 이웃은 아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만난 뒤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많은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국이 북한에 경제지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중국과 일본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며 “한국과 일본에는 ‘미리 준비해둬야 할 것’이란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에 비핵화 시 ‘경제적 번영’을 약속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경제 지원 주체를 한·중·일로 못 박으면서 비용 문제가 향후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견에서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볼 때 그는 북한에 비핵화 대가로 경제 제재 해제와 체제 안전보장 외에 대규모 원조나 경제적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달 중순 인터뷰를 통해 북한 비핵화 달성 시 보상과 관련 “연방 정부 예산이 아닌 민간 자본에 의해 전력등 인프라와 농업 분야에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직접적인 경제 원조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6000마일은 워싱턴이 아니라 LA 등 미 서부지역에서 북한까지의 거리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트럼프에게 6000마일이라는 숫자는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ICBM 도발 과정에서 머리에 입력됐다고 한다.  북한이 ICBM으로 공개한 화성 12, 화성 14형은 추진체를 2단으로 결합하면 최대 사거리가 6000마일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라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매체를 통해 “트럼프가 6000마일을 거론한 것은 북한 문제 전반에 명확히 ‘선 긋기’를 한 것”이라며 “경제 지원뿐 아니라 북핵 문제에서도 핵이 미 본토에 도달하지만 않으면 미국이 앞장서 나설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실무협상에서도 ICBM을 먼저 반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권혁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을 폐기하는데 드는 ‘직접비용’이 최대 50억 달러(5조3700억원), 핵 폐기를 대가로 제공하는 에너지 등 ‘간접비용’이 100억 달러(10조7500억원), 경제지원 금액은 50억 달러(5조3700억원)로, 총 200억 달러(21조5000억원)가량이 소요되며 한국은 40%를 분담한 80억 달러(8조6000억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한국의 부담 비용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이익으로 환수될 확률이 높다”며 “운용의 묘를 잘 살린다면 소모가 아닌 투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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