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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점령시위서 힌트 얻었다…주식거래 무료 앱 '로빈후드'로 억만장자된 이민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디지털 시대에 억만장자의 탄생에 걸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짧아졌다. 미국의 무료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로빈후드’ 창업자인 블라디미르 테네브(31)와 바이주 바트(33)가 대표적 인물이다. 올해 억만장자가 됐다.

이민자 2세로 스탠퍼드대서 만나 #월가 점령 시위 보며 무료 앱 제작 #암호화폐 거래 무료 서비스 제공 #지난해 말 이용자 400만명 넘어서

로빈후드 사무실을 찾은 유명 배우이자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인 애쉬톤 커쳐(맨앞 가운데)가 2016년 5월 공동창업자인 바이주 바트(둘째 줄 왼쪽 다섯째)와 블라디미르 테네브(둘째 줄 왼쪽에서 여섯번 째) 및 로빈후드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빈후드 페이스북]

로빈후드 사무실을 찾은 유명 배우이자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인 애쉬톤 커쳐(맨앞 가운데)가 2016년 5월 공동창업자인 바이주 바트(둘째 줄 왼쪽 다섯째)와 블라디미르 테네브(둘째 줄 왼쪽에서 여섯번 째) 및 로빈후드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빈후드 페이스북]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사람이 2013년에 세운 이 회사의 몸값은 최근 6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두 사람은 회사 지분의 3분의 1을 갖고 있다. 이 지분을 똑같이 나누면 이들의 자산은 10억 달러(약 1조7000억원)가 넘는다. 회사를 세운 지 5년 만에 억만장자가 됐다.

이민자의 자녀인 두 사람은 스탠퍼드대에서 만났다.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두 사람은 뉴욕으로 가 헤지펀드와 은행에서 쓰이는 고빈도 매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2011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의 모습. [중앙포토]

2011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의 모습. [중앙포토]

 당시 그곳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를 목격하면서 이들의 인생 항로가 바뀌게 된다. 거대해진 금융자본에 대한 일반인의 분노를 본 뒤 무료 증권 앱을 만들기로 했다.

 테네브는 “금융 서비스 산업은 순자산과 관계없이 모든 이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모든 미국인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다른 전자 주식거래 업체는 주식 거래마다 6.95달러를 부과한다.

로빈후드 공동창업자인 바이주 바트(왼쪽)와 블라디미르 테네브.

로빈후드 공동창업자인 바이주 바트(왼쪽)와 블라디미르 테네브.

 로빈후드 고객은 계좌를 등록하기 위해 현금 잔고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 상장된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고파는데 거래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무료 주식 거래는 시장의 질서를 뒤흔드는 파격적인 시도이자 발상이었다.

 무료 거래라는 의도는 좋았지만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앱을 만들기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선 이들은 75번이나 거절당했다. 투자금을 유치하고 18개월에 걸린 개발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내놓은 로빈후드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2014년 12월 서비스를 출시한 뒤 30일 만에 대기고객 10만명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무료 거래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현재 이용자는 400만명이 넘어섰다. 로빈후드를 통해 이뤄지는 주식 거래만 1500억 달러에 이른다.

 로빈후드측은 “사용자들이 절약한 주식 거래 수수료만 1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빈후드 사이트 첫 화면

로빈후드 사이트 첫 화면

 비용 절감을 위해 로빈후드는 영업점을 운영하지 않는다. 직원도 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리서치 보고서나 옵션 트레이딩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아직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는 못했다.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로빈후드는 지난해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다. 시간 외 거래와 신용 거래를 유료로 할 수 있는 ‘골드 프로그램’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계좌에 5~6%의 이자를 부과하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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