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수다] 고교논술방-소비사회의 문제 해소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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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이 대구시의 한 서점에서 논술 관련 참고서를 고르고 있다.[중앙포토]

◆ 학생글 : 강신영 (단대부고 3)

[1] 우리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온갖 종류의 소비를 통해 살아간다. 일단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나 어떤 필요한 것들이 있을 때 소비를 통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소비의 의미는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고 그에 따라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소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소비는 항상 상업적인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데 그 상업성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제시문 (가)와 (나)에서는 소비사회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다.

[2] 먼저 제시문 (가)에서는 소비사회의 특성에 있어서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비사회의 특징을 기호의 질서라고 규정하면서 소비자들은 그들의 기호에 따라 소비하는데 단순히 기호의 소비에만 만족하는 것이 문제점이다. 기호는 보통 개인의 취향이라고 하지만 그 형성과정을 보면 대부분 유행을 따르는 등 외부적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 그런데 소비자는 단순히 그 기호에 자신을 맞추어 보고 그러한 흐름에 따르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낀다. 물론 소비자가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말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러한 형태의 소비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 어떤 문화가 겉으로 화려해 보이고 좋아 보일지라도 정작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즉 겉으로만 화려한 상품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덮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은 겉만 보고 평가해 줄 것이라고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매우 부정적일 수 있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파악하고 부족하다면 고쳐나가야 하는데 그 부족함을 소비로 대신하려는 것은 스스로를 위선의 길로 인도하는 것과 같다.

[3] 다음으로 제시문 (나)에서는 사회적 측면에서의 부정적 현상을 서술하고 있다. 상품이 주는 만족감으로 인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의미가 변질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원인은 지나친 개인주의에서 비롯되는데 개인주의는 소비사회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상업적 성격을 띠고 있는 사회에서 개인만을 위해 소비하다가 다수를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소비는 철저히 개인 중심이므로 따라서 구성원들이 이루고 있는 사회 유지에는 부정적이다. 오늘날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 특히 경제 분야에서의 여러 부정들은 모두 소비사회의 개인주의로 인한 것들이다.

[4] 그렇다면 그러한 부정적 측면의 소비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유도해야 하는가? 추상적일 수도 있으나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소비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들의 상품을 보는 관점을 지금과 달리 하는 것이다.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어울리면 자신에게도 어울릴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사회의 여러 측면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봐야 한다. 아마도 사회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기호를 발견한 사람들은 자신이 위치한 지점보다 더 높은 단계의 사회만 동경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소비라는 것의 의미를 재해석해 볼 수 있다. 소비는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지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제시문 해설

출전: (가)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나) 게리 크로스 '모든 것을 소비하는 세기: 현대 미국에서 왜 소비주의가 승리했는가', (다)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한 인도의 시'

자급자족 시대가 아닌 이상 모든 사람은 타인이 만든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즉 현대 사회의 소비는 모두 상품 소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품화라는 현상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자신이 직접 쓰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소비가 왜 문제인가. (가)에서는 모든 것이 '진열되어 구경거리가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타인의 시선에 의해 받게 되는 평가(이미지와 기호(記號))가 소비행위를 지배하며, 각자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반성해보는 것이 아니라 쇼윈도에 서서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하는 마네킹이 돼 버리고 만다. 광고와 유행에 휩쓸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한편 (나)에서는 소비문화가 개인의 취향과 개성 표현을 증진시켰다고 말한다. 그러나 독자는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돈이 없으면 자유와 민주주의도 없어지는 현실을 깨닫고,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돈이 자유라면, 돈은 만능의 가치이다.

(다)는 자신의 내면의 가치에 주목한다. 상품 소비를 피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소비가 무엇이며 자신에게 유의미한 소비 형식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타인의 평가를 너무 의식하다 보면 우화 속 당나귀를 메고 가는 부자(父子)꼴이 되기 십상인 것이다. 자기만의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 총평.첨삭

소비의 상업적 성격 잘 짚어 너무 길게 풀어 설명한 게 흠

제시문이 어려워서인지 내용을 정확히 분석한 학생이 거의 없었다. 소비 문제를 상식선에서 다루고 비판한 학생이 많았다. 독해력을 기르는 것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백신고 안소연 학생은 이번에도 좋은 글을 써주었다. 특히 20번 이상 성형을 한 여인에 대해 '이 여자의 가장 큰 잘못은 성형수술이 아니라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데에 있다'는 평가는 정곡을 찌른다. 제시문 분석은 미흡하나 구체적인 예를 들며 출제의도를 잘 따라가며 글을 썼다. 계속 분발 바란다.

우수답안으로 선정한 강신영 학생은 제시문 분석이 개중 탁월했다. 서론에서 현대 사회에서 소비가 갖는 상업적 성격을 잘 짚어내면서 글을 시작했다. 문단 [2]에서는 내용 분석은 잘했지만, 길이가 너무 길어졌다. 길게 설명하기보다 적절한 예를 통해 표현하는 편이 좋았겠다. 문단 [3]은 간과하기 쉬운 소비주의의 문제점을 잘 통찰해냈다.

문단 [4]의 '소비는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지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는 문장은 글의 백미다. (다)를 잘 이해해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다 보면 구성과 분량에서 부족함이 생기기 쉽다. 이 문제를 잘 보완해 간다면 더 좋은 글이 되겠다.

김재인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학원 대표강사

◆ 다음 주제는

고교생 대상 실전 논술코너를 격주로 운영합니다. 중앙일보 joins.com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고교 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학원 김재인 대표강사가 첨삭지도를 해드립니다. 또 우수 논술 한 편을 골라 총평과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논제와 관련된 제시문은 지면 사정상 '우리들의 수다' 고교 논술방에만 올립니다.

▶논제:다음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를 찾아서,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시오. 이 과정에서 제시문에 언급되지 않은 사례를 찾아 반드시 활용하시오. (1600자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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