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드림 산드린 형제 한국 진출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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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농구선수 형제인 에릭 산드린(28.2m4㎝)과 대니얼 산드린(25.2m)이 국내 무대 데뷔를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 농구부에서 '다리'를 놓았다. 연세대 박건연 감독은 에릭과 대니얼을 연세대에 편입시켜 선수로 뛰게 할 작정이었다. 특히 동생인 대니얼은 지금 연세대 농구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대니얼은 올해 연세대 3학년에 편입했고, 2007학년도까지 연세대 소속으로 뛴 뒤 한국농구연맹(KBL)에 진출할 계획이다. 5 ̄6월이면 한국 국적을 취득해 올 하반기부터는 연세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박건연 감독은 에릭 산드린의 에이전트로부터 들었다며 "지난 2월 대니얼이 어머니와 함께 귀화 신청을 했다"고 귀띔했다. 동생보다 기량이 한 단계 위인 것으로 알려진 에릭 역시 곧 한국 국적을 취득할 예정이다. 이달 말이나 5월 초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귀화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연세대는 에릭은 미국프로농구(NBA) 서머리그와 유럽리그, 미국 내 하부리그인 CBA 등 프로에서 뛴 경력이 있어 한국에 귀화한다면 대학이 아닌 프로에서 뛰어야 한다. 박건연 감독은 "에릭이 귀화하면 당장 국가대표로 뽑아야 하고,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이 KBL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경우 무조건 1순위"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대니얼 역시 연세대를 위해 두 시즌을 뛰고 프로로 넘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니얼은 지난 2003년 독일로 넘어가 레기오날리가 소속팀인 ASC 테레지아눔 마인츠(Theresianum Mainz) 클럽에서 뛰었다. 2003년 당시 대니얼의 활약 내용은 현지 언론인 알게마이네 차이퉁(allgemeine zeitung)과 마인 라이너(Main Rheiner)가 자세히 보도했다.

독일의 프로농구 1부리그는 분데스리가라고 하며 16개팀이 있다. 2부리그는 츠바이테리가라고 하며 남-북으로 나뉘어 각각 16개팀이 경쟁한다. 츠바이테리가 남-북리그 1위팀이 분데스리가 15 ̄16위팀과 자리를 바꾼다. 츠바이테리가 아래에 3부리그인 레기오날리가가 있다. 레기오날리가 1위팀이 남-북 츠바이테리가 15 ̄16위팀의 패자 플레이오프에서 진 팀과 자리를 바꾼다.

독일의 모든 팀은 클럽팀이며, 이 점은 최상위 리그인 분데스리가나 '공식' 최하위 리그로서 7부리그에 해당하는 베치르크스리가나 마찬가지다. 연세대에서는 테레지아눔 마인츠가 분데스리가, 즉 프로리그 소속이 아니므로 한국 대학무대에서 뛰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테레지아눔 마인츠는 1999 ̄2001시즌 츠바이테리가 남부리그에서 활약한다. 성적이 좋았다면 분데스리가 팀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니얼 역시 연세대를 졸업하거나 중퇴하고 프로농구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뛰기 어렵다. 프로 경력, 즉 농구로 돈을 번 경력이 있는 선수는 대학 무대에서 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 때문에 지난해 말 고려대에서 먼저 대니얼을 영입하려다 포기했다. 물론 한국대학농구연맹이 대니얼 산드린의 자격을 심사해 국내 대회에 뛸 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박건연 감독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은 했다. 연맹에서 자격이 없다고 결정하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에릭과 대니얼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대표팀 전력은 크게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 대한농구협회는 "귀화한 선수가 이전 국가에서 국가대표로 뛴 경력이 없을 경우 대표 선수로 뛰는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이나 카타르처럼 귀화 선수들을 활용한 대표팀 전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농구 관계자도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발표한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예비명단에 에릭 맥아더, 월터 브라운 마쓰시마, 마이클 다카하시 등 3명의 혼혈 및 귀화 선수들을 포함시켰고 카타르 역시 지난해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귀화 선수들을 적극 활용, 한국을 제치고 세계선수권대회 티켓을 따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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