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대사관의 놀라운 만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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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동경도 항구 주일한국대사관. 부지3천 평 대사관 내부에 있는 대사관저. 이곳은 평당4천만 엔 짜리 금싸라기 땅으로 동경 1백43개 외국공관 중 부러움을 받을만한 위풍을 갖고 있다.
17일 저녁 이 관저에 「이례적인 초대손님」이 찾았다. 초당 외교를 자임하고 일본에 온 김영삼 민주당총재를 위한 만찬이 베풀어졌다. 해외공관에서의 야당총재 초청은 5공화국 때와 비교할 때 놀랄만한 변화이기도 했다.
바로 김 총재가 86년11월 서독을 방문하고 일본에 들렀을 때 공항엔 우리 대사관직원 중 출영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김 총재 측도 대사관과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세상 많이 변했다』 『상상하기 힘든 만찬』이라는 수행한 의원들의 얘기가 실감났다.
김 총재는 이번엔 도착즉시 대사관으로부터 일본정국전반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받았다. 숙소인 뉴오타니 호텔엔 대사관 연락실까지 설치됐다. 그의 방일이 「우리외교의 일부」라는 점이 인식되고 있는 징조였다.
물론 이날의 만찬과 브리핑도 김 총재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그에 앞서 방일했던 윤길중 민정당대표, 김종필 공화당 총재에게도 이 같은 프로터콜이 적용됐다. 너무나 당연한 이 같은 의전 상 예우가 새삼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소 야대의 정국구조에 힘임은 바 있겠지만 4당 체제하에서 야당외교의 몫과 장기적 활용가치를 우리공식외교채널에서 평가한데서 이런 모임이 생겨났다고도 해석됨직 하기 때문이다.
야당외교는 일본의 경우 그 실용·효율성이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정부·여당이 하지 못하거나 미묘한 부탁을 보완함으로써 일본외교전체의 질과 양을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주일한국대사관저의 만찬이 바로 이 같은 야당외교의 한국화를 위한 본격 출발점이 돼야한다는 바람이다.<동경에서 박보균·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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