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퓨전 과거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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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도포와 유건(儒巾)을 착용하고 붓 대신 컴퓨터로 답안을 작성하는 과거(科擧)시험이 치러진다.

성균관대는 5월 14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 내 명륜당.비천당.대성전 앞뜰에서 '제2회 성균알성시-디지털 과거당'을 개최한다. 알성시(謁聖試)란 임금이 직접 행차한 가운데 치르는 조선시대의 문.무과시험이다.

이번에 치러질 디지털 알성시는 의례는 과거양식대로 하지만 답안 작성은 첨단장비를 이용하는 퓨전식이다. 과거장에는 붓과 벼루.먹 대신 무선모뎀이 장착된 노트북 100여 대가 설치된다. 수험생 복장은 옛 유생들과 같다. 무과 응시자들은 전통 무인 복장을 한다. 인.의.예.지 4개 분야로 치러지는 시험 과목에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져 있다. 주한 외교관 등이 응시할 수 있는 영미시 분야가 있는가 하면 전국의 유림이 참가하는 한시 분야가 있다. 무과시험은 온라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고수들이 대결한다. 한국어와 외국어 능력, 미니홈페이지 제작 실력 등을 겨루는 분야도 있다.

급제자에 대한 시상식은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합격증서인 홍패와 어사화를 하사받고 성균관 일대를 말을 타고 순회하는 의식 등 옛 금의환향하는 광경이 연출된다. 디지털 알성시에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25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jangwon.skku.edu, 02-760-1374)를 통해 예선 접수를 한 뒤 본선에는 총 398명이 참가한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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