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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 프로 판매 확대 … 지상파의 장삿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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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적으로 새로운 매체 등장과 채널 증가로 인해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과 광고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대부분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에 대응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프로그램 공급자) 사업, 인터넷 사업, 영화 투자, DVD 제작 및 판매 등 다양한 사업에 나섰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 밖에 위성방송과 지상파DMB와 같은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수익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상업 활동을 하는 데는 찬성과 반대가 있다. 찬성 이유는 수입을 증대할 필요가 있고, 공영방송의 수입이 늘면 국민의 수신료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반대는 방송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송 관련 사업으로 진출할 경우 독점력이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 데다 특히 공영방송의 상업 활동 강화는 설립 취지에 맞지 않고 공정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체로 지상파 방송사의 PP 진출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감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2004년 3월 'PP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지상파 방송의 PP 시장 추가 진입과 지상파 계열 PP에 대한 플랫폼 송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지상파 방송의 신규 PP 등록 신청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위원회가 운영하는 'PP 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1월 발표한 정책건의안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PP 소유와 지상파 계열 PP의 플랫폼 송출을 제한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지상파 방송이 PP로 진출함에 따라 시장지배력이 유료방송 시장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PP는 총 150여 개인데, 지상파 방송 3사 계열이 11개다. 지상파 방송 계열 PP의 시청점유율은 33%, 매출액은 13.6%, 순이익은 81.9%였다.

지상파 방송들이 보유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계열 PP에 우선 공급함으로써 지상파 계열 PP들은 쉽게 높은 시청률과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둘째는 지상파 방송이 PP의 수를 늘릴수록 독립 PP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드라마.스포츠.영화와 같은 인기 채널을 보유한 지상파 계열 PP가 새로운 채널을 설립할 경우 종합유선방송국(SO)은 이 채널을 편성에서 제외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독립 PP는 SO에 편성되기 어려워져 생존이 곤란해진다. 셋째로 공영 지상파 방송들이 공익적 성격의 PP로만 진출하지 않고 상업적인 PP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KBS와 MBC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큰 드라마.스포츠.영화 채널 등으로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독일.영국에서는 공영방송사들이 상업성이 약한 뉴스.의회.역사.어린이 장르의 PP로 진출하는 것을 놓고도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들이 내부보조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논란을 벌인 적이 있다. 외국에선 공영방송들이 드라마.스포츠.영화와 같이 상업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의 PP로 진출한 사례가 없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KBS가 신청한 가족채널의 등록 건이다. KBS가 가족채널만을 하겠다면 수긍하겠지만, 이미 운영 중인 3개의 PP 중에는 드라마와 스포츠 장르 채널이 포함돼 있어 문제가 된다. 공영방송들의 상업적 활동에 대해선 영국이 BBC의 상업 활동에 적용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한할 필요가 있다. 방송위원회가 법적으로 등록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해서 현재까지의 입장과 상충되는 행위를 할 경우 방송위원회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것이다.

권호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