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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방선거 개막, 대형 이슈보다 지역 일꾼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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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 시작됐다. 다음달 13일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 권력’의 운명이 걸린 중대 고비인 데다 전국 12개 지역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투표일 직전에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자칫 북핵 문제라는 초대형 이슈에 가려 역대 최악의 무관심 속에서 ‘지방 없는 지방선거’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대통령 탄핵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야당들 탓에 여당의 싹쓸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면서 더욱 그렇다.

지방정부 역할 커지는 현대사회 #주민 참여와 소통은 선거로 시작 #14일 동안 후보·정책 잘 살펴야

하지만 세계적 추세에 비춰봐도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의 역할과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연결돼 있는 현대사회에서 성긴 그물코 같은 중앙정부 정책은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쉽게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고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정책은 지역 주민들의 피부에 맞닿아 있고 삶과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따라서 지방행정은 주민 참여와 소통이 필수적이며, 그 참여와 소통은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는 지역을 발전시키고 지역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제도이지 중앙정부나 국회로 진출하는 통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도 아니다.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인기나 북·미 관계 같은 이슈에 휘둘리기보다 어느 후보가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만한 인물인지 고민하고 평가해야 한다. 내가 낸 세금을 누가 더 아끼며 유용하게 쓸지 투표까지 남은 14일 동안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하고, 과연 후보가 실행 능력이 있는지, 또한 정책의 현실성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지방선거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교육감과 교육위원 등 교육수장도 함께 뽑는 중요한 선거다.

후보들 역시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하거나 대통령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꼼수를 버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 제시로 당당하게 대결해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드루킹 사건 같은 굵직한 이슈도 지방선거 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그런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현실적 문제라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전략 공천 잡음과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 공격 등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구태를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하고 있다.

우리의 선거 역사가 증명하듯 유권자들이 그 같은 구태를 표로 응징함으로써 다시 한번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칫 제대로 인물을 가리지 못할 경우 그 대가를 2022년까지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