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반정시위 재개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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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방콕·랑군 AP·AFP=연합】버마사태는 강경파 「르윈」대통령의 사임으로 진정을 회복, 정상적 상황으로 돌아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시위대들은 15일이나 17일 민주화와 축출된 「르윈」의 재판회부·정치범석방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반정부집단들은 「르윈」개인의 퇴진이 반드시 정책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될 것으로 알려진 오는 19일의 인민의회 및 집권 사회주의계획당 중앙위의 특별회의에 앞서 당국에 대해 민주화 요구의 압력을 가하기 위해 다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버마 대통령이자 사회주의계획당 의장이었던 「르윈」의 사임은 62년 이후 이 나라에서 계속돼온 절대통치의 붕괴를 알리는 조종일수도 있다고 분석가들이 13일 말했다.
또 랑군 방송은 14일 집권당인 사회주의계획 당이 지난주에 있은 유혈폭동의 책임을 전적으로 「르윈」에게 전가할 계획으로 있음을 강력히 암시했다.
방콕에 도착한 한 외교관은 버마여당이 하룻밤사이에 변했다면서 여당이 재건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당장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오는 19일 버마의 새 지도자에 누가 선출되든 당의 역할은 이미 크게 약화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전국 도시에서 당이 일단 무시당한 이상 당은 권위를 크게 잃고 말았다고 말했다.

<폭등 쌀값도 떨어져>
○…「르윈」 대통령 사임 후 랑군 시내는 활기찬 시민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거리의 상점과 병원 등도 문을 열고 정상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그 동안 폭등했던 쌀값이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주유소에는 다시 나타난 차량들이 줄지어 급유를 기다리기도 했다.
랑군을 여행했던 호주의 영화제작자 「스완」씨 (41)는 버마를 떠나면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 20여대의 군트럭이 군인들을 태우고 철수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랑군에는 시위가 가장 절정에 올랐을 때 20개 대대 1만4천명에 달했던 계엄군이 이제 3분의 2가량 철수한 것 등으로 알려졌다.

<최후 승리까지 싸우자>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그룹들은 아직 전의를 잃지 않고 있다. 이들은 『최후의 승리까지 싸우자』며 7개항의 요구가 적힌 포스터를 거리 곳곳 벽에 붙이고 있다.
한 학생지도자는 버마의 정치를 지금의 단일정당체제로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다당체제로 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요구했다. 그는 또 시위로 구속된 학생들의 석방,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보상, 쌀값 인하를 주장했다.

<약품 혈액 등 절대부족>
○…아직도 계엄령이 발효중인 랑군 시내는 군인들이 순찰을 계속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미소와 상점 등을 약탈하는 일이 발생, 시민들이 합세해 42명의 약탈자들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고 랑군 라디오가 보도했다.
시내 종합병원은 다시 정상활동을 재개, 75명의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병원에는 혈액과 붕대 등 의약품의 절대부족을 겪고 있다고 외교관들이 전했다.

<「도살자」등 악명 얻어>
○…사임한 「르윈」은 이번 사태전후에 여러 가지 악명을 얻었다.
「랑군의 도살자」 「학생의 도살자」 「피에 굶주린 살인자」 「드라큘라」 「버마의 도끼」 「버마의 히틀러」를 비롯, 어떤 시민은 「개」라고까지 서슴지 않고 말했다.

<르윈 탈출 설 공식부인>
○…「르윈」이 이미 버마를 탈출, 방콕 국제공항을 거쳐 방콕시내 모처로 안내됐다는 태국 라트 란지의 보도와 관련, 「주나반」 태국수상이 14일 이를 공식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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