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턴 스터디 들어가기, 정규직 취직만큼 힘들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인턴 스터디라도 지원자들 경력을 보고 뽑을 수밖에 없었어요.”

취업 어려워지자 지원자 몰려 #고시반 입실시험 재수하기도

2년차 취업 준비생인 고종우(28)씨는 이달 초 한 인터넷 취업 카페에 스터디를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가 깜짝 놀랐다. 글을 올린 지 2시간 만에 조회 수가 100개를 돌파하더니, 너도나도 ‘꼭 함께하고 싶다’며 지원서를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모집을 시작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체험형 인턴’이 되기 위한 스터디였다. 고씨는 “정원이 5명에 불과한 스터디에 30명이 넘는 지원자가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비정규직 인턴이나 대학 고시반원이 되기 위한 스터디를 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그동안 취업 준비과정으로 여겨지던 인턴이나 고시반원 선발 과정조차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지원자가 몰린 탓이다. 최근에는 정규직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몇 년이고 재도전하는 ‘인턴 재수생’ ‘고시반 재수생’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인터넷 취업 카페에서는 각종 기업 인턴선발 과정에 대비한 스터디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년 차 취업준비생인 서유진(26)씨는 “모 공공기관의 경우 청년인턴 181명을 모집하는데 지원자가 2000명 넘는다는 글이 떠돌아다니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며 “인턴이라도 추후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스터디로 준비하지 않으면 뽑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각종 국가 자격증이나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대학 내 ‘고시반’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일부 대학의 입실시험은 실제 정식 시험의 경쟁률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지난해 5급 행정고시의 경우 9760명이 응시해 최종 275명이 선발돼 경쟁률 35.4:1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해 CPA 시험은 최종 경쟁률 9.9:1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중앙대 행정고시반과 CPA반의 입실시험 경쟁률은 각각 41.1:1과 5.7:1 수준이었다. 고려대의 행정고시반은 지난해 입실시험 경쟁률이 9.1:1, CPA반은 4:1 수준이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턴·고시반 들어가기가 정규직보다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취업난이 낳은 ‘과잉경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안정성이 높고 고임금이 보장되는 ‘1차 노동시장’에 청년들 몰리기 때문에 경쟁이 점점 더 과열되는 것”이라며 “스터디를 많이 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극심한 경쟁사회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