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이자 시인인 최민(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27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74세. 1944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와 동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다. 83년부터 10년 간 프랑스에 머물며 93년 파리 제1대학 조형학부 미학과에서 예술박사학위를 받았다. 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초대원장을 맡았고 2010년까지 영상원 영상이론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2년 전주국제영화제 초대조직위원장, 청룡영화제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학원 졸업 후 70~80년대 미술계와 영화계·문학계에서 이론가, 번역가로 활약하며 예리한 필치가 돋보이는 여러 평론을 남겼다. 77년 고인이 30대 초반 국내 첫 번역한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지금까지도 예술 관련 학과의 교과서처럼 널리 읽히고 있다.
79년 만들어진 진보미술인모임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참여하면서 80년대 민중미술운동을 이끈 미술평론가로 명성을 쌓았다. 69년 ‘창작(創作)과 비평(批評)’에 ‘나는 모른다’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데뷔했다. 74년 펴낸 첫 시집 『상실』은 암울한 시대와 조우하는 자신의 불안과 희망, 방황의 순간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으나 불온성을 이유로 판금 당했다. 30여년 뒤 2005년 두 번째 시집 『어느 날 꿈에』를 발표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현금원씨, 딸 최운영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29일 오전 6시. 2258-5940.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