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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이미지+강렬한 원색 세계 젊은 여성들 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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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지역 렌 거리의 캐릭터 상품 전문점인 '애비뉴 오브 더 스타스'. 미키.도널드와 아기곰 푸 같은 유명 캐릭터 상품을 갖춘 이 가게에 들어서면 눈에 가장 잘 띄는 진열대에 뿌까가 그려진 셔츠.컵.인형.가방 등이 놓여 있다. 주인 도미니크 아마르(48)는 "2월 밸런타인 데이 때 여러 캐릭터로 커플용 열쇠고리를 만들었는데 뿌까만 다 팔렸다"고 말했다. 뿌까 상품은 프랑스 파리에서만 열 군데 이상의 매장에서 팔린다. 세계적으로 유럽과 중국.중동.동남아 등지 78개국에 진출했다. 중국에서 뿌까 캐릭터 상품 전문점은 80곳에 달한다. 뿌까 상품의 해외 매출은 2003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14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개발회사인 부즈가 지난해 해외에서 받은 로열티는 약 50억원이다. 이 회사는 물건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각국의 캐릭터 전문업체에다 상품 제조와 마케팅을 라이선싱 형식으로 맡기고 상품 매출에 비례해 로열티를 받는다. 유럽에서는 디즈니 계열의 애니메이션.캐릭터 업체 제틱스에 상품화 사업권을 줬다. 이 회사는 뿌까의 인기몰이를 위해 지난해 부즈에 480만 달러(약 47억원)를 투자해 7분 길이의 애니메이션 78편을 만들게 했다. 6월께 유럽 지역 TV를 탄다.

뿌까는 각각 영남대와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김부경(34) 부즈 사장과 김유경(33) 부사장 형제가 2000년 회사 설립과 함께 창안했다. 뿌까가 첫 작품인데 유럽 등지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부산 신라대의 송낙웅(디자인학부) 교수는 "참신한 착상과 체계적인 글로벌 마케팅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캐릭터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인들에게 생소한 동양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고 ▶캐릭터 상품 개발 및 제조.유통을 현지 사정에 밝은 대기업의 도움으로 해결했다는 점을 꼽았다. 세계 캐릭터 시장 규모는 1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김진규 기획혁신팀장은 "뿌까 같은 스타 캐릭터가 자꾸 나와 국내 자본의 캐릭터 산업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쿵후 소녀' 이미지 … 활달한 여성상 반영
뿌까 어떻게 탄생했나

2000년 무렵 젊은 남녀 네티즌들은 플래시 애니메이션(동영상 그림)을 e-메일로 주고받기 시작했다. 어떤 상품 캐릭터가 인터넷 세상에 어울릴까 고민하다 뿌까가 탄생했다. 뿌까는 e-카드 등 온라인 교신의 마스코트 역할을 한다. 뿌까를 만든 김부경(사진) 부즈 사장은 "키티 같은 일본의 유명 캐릭터가 밝고 화려한 색상에 치중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뿌까는 20세 전후의 젊은 여성이 좋아할 만한 빨강.검정 같은 강렬한 원색으로 차별화를 도모했다"고 말했다. 뿌까를 중국 음식점 주인의 외동딸로 설정한 것은 한국적 이미지보다 중국을 포함한 보편적인 동양 정서를 대변하겠다는 의도다. '뿌까'라는 작명 역시 동.서양인 모두 쉽게 발음할 수 있게 고려한 것이다. 뿌까는 쿵후를 잘하는 소녀의 이미지도 담았다. 히트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엿보이듯 적극적인 여성상을 선호하는 요즘 분위기를 반영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권혁주.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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