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 대필한 강원랜드 수사단 … 대검 수뇌부 노린 기획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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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지검장)이 대검찰청 수뇌부 등의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의 추가 고발장을 대신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대신 작성 드러나 파장 #수사단선 “억측 … 편의제공 차원” #고발인 “수사 확대 위해 나를 이용”

수사단이 개입해 새로 작성한 고발장엔 피고발인이 2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여기엔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3일 “자초지종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앞서 문 총장과 대검 반부패부의 조직적 수사 방해에 초점을 맞췄던 수사단이 ‘기획 고발’을 계획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고발장 대신 작성→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의 ‘수사외압 총장 개입설’ 기자회견→비슷한 내용을 적은 수사단의 보도자료 배포가 ‘불순한 목적’을 갖고 차곡차곡 진행됐다는 관측이다.

수사단은 ‘기획 고발’ 의혹은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사단 관계자는 “고발인을 조사하며 고발 범위에서 벗어난 진술이 있어 고발장 재작성 의사를 물었다. 편의 제공 차원에서 수사 검사가 고발장을 다시 작성해 서명, 날인을 받은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수사단이 수사 확대를 위해 나를 이용한 것 같다. (내 스스로) 추가 고발장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고발 사건의 경우 수사팀은 고발인을 조사하며 ▶고발 취지 ▶고발 대상 ▶고발 범위 등을 확정한다. 고발장에 없는 진술 내용을 수사할지는 수사팀이 자체 판단한다.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도 그랬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 대상·범위를 직권남용에 제한하지 않고 ‘국민적 의혹’으로 연결했다. 그 결과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18개로 늘었다. 하지만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의 고발장 대신 작성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허윤 서울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불법은 아니다”면서도 “검찰이 고발인을 대신해 피고발인을 특정해주고 고발장을 작성하는 것은 사법시스템상 공정성과 중립성을 갖춰야 할 수사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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