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수사단 ‘셀프 고발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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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게양대에서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뉴스1]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게양대에서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에 불복하며 항명 파동을 일으켰던 강원랜드 수사단이 해당 수사를 시작할 무렵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간부 등에 대한 추가 고발장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22일 제기됐다.

수사단은 이날 오후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는 ‘고발장 대필 의혹’이 제기되자 서둘러 A4 용지 2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관행에 따라 추가 고발장을 제출받은 것이고, 고발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수사관이 타이핑을 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단은 지난 2월 시민단체인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앞서 이 단체는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폭로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권성동ㆍ염동열 의원,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전 춘천지검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지난 2월 중순쯤 김 사무총장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단 소속 수사관은 김 사무총장에게 추가 고발장 작성을 제안했다. 김 사무총장은 “집에 가서 쓰겠다”고 했지만 수사관은 “오신 김에 내는 게 어떠냐. 대신 써주겠다”고 말하면서 추가 고발장을 대필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으로 임명된 양부남 광주지방검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에 마련된 수사단 사무실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으로 임명된 양부남 광주지방검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에 마련된 수사단 사무실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고발인인 김 사무총장은 자신이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이 추가됐다며 “제가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수사하다가 나온 내용에 상응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사단은 추가 고발장을 대필한 것은 사실이나 고발인의 취지에 맞게 그대로 쓴 것이며 모두 고발인의 확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수사단은 수사단이 필요해서 대필까지 해주며 받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고발인(김순환 사무총장)에 대한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고발 취지를 ‘안미현 검사가 주장한 모든 의혹 내용’이라고 확장했고, 구체적인 대상이 진술조서에 기재된 이상 서면 고발장을 추가로 제출할 필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수사단에 따르면 수사단 소속 검사는 이날 고발인에게 기사를 하나씩 보여주면서 ‘이것도 고발하는 취지인가’라고 물어보고 확인을 받은 내용을 진술 조서에 적었던 것이라며 “고발인의 최초 고발장이나 추가 고발한 사실을 통해서 안미현 검사가 주장한 이외의 사실이 수사대상으로 추가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일부에서는 “검찰 지휘부를 수사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스1]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스1]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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