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라디오『사설 한마당』맡은 김종엽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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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니리)구한말 세도 좋던 어느 고관은… 팔도에서 올라오는 진상품이 자기창고 속에서 푹푹 썩는 그 냄새 그 악취를 즐겼다 이겁니다. (고수의 추임새) 아따 성님 그럼 요새 마포일대를 덮고 있는 종말처리장 악취허구 비슷했겠네요. (자진몰이 창) 세도가의 거동 보소…쇠고기 돼지고기 창고마다 썩어 날 제 남들은 골치 아퍼 코를 막고 돌아설 제 혼자서 싱글벙글 거들 먹 거렸더랴.』
MBC라디오『사설 한마당』(제작 이학규·구성 김광휘)은 판소리의 골계적인 수법을 십분 이용, 후련한 세태 풍자로 푹푹 찌는 삼복더위중의 출근길 서민들에게 청량 감을 주고 있다.
『아나운서 멘트로 꾸미는 세태고발은 아무래도 직설적이고 무미건조한 것 같아요. 호쾌한 가락과 고수의 추임새로 흥을 돋워 가며 판소리 특유의 너스레와 익살로 비리를 자연스럽게 다루다 보니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아요.』
명창 박동진씨의 뒤를 이어 지난 5월16일부터 이 프로의 진행을 맡고 있는 김종엽(41)씨는 세태풍자 프로로서의『사설 한마당』의 강점이 판소리 형식을 빈데 있다며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낸 담당PD에게 공을 돌린다.
『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다루다 보니 미리 녹음해 둘 수 없어 날마다 방송국에 나오지요. 판소리 현대화에 진력하고 계시는 박동진 선생님의 뒤를 이어 이 같은 프로를 맡게 돼 나름대로 뜻깊습니다.』
김씨는 원래 연극을 하다 73년 국립창극단 입단을 계기로 명창 박동진 씨로부터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시절부터 연극을 하다 우리 고유의 것을 찾기 위해 군 제대 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죠. 그때 판소리 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 박 선생님에게서 지도를 받았습니다. 선생님과 같이 1백일간 계룡산에 들어가 고된 학습을 받기도 했습니다.』
판소리에 이제야 맛을 들였다는 김씨는 올림픽을 맞아 MBC가 기획중인 마당놀이『심청전』에도 캐스팅 돼 맹연습 중이다. 또 KBS 제1TV『사랑의 기쁨』에서 거문고 전수생 역도 맡고 있으며 안양 계원예고 연극과 강의도 맡고 있어 삼복더위도 모를 정도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충남 서산 생. 서울예전 연극과 졸.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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