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슬슬 올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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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KTF가 13일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전격 인상했다. 이 회사는 이날 장기 우량 고객에 초점을 맞춰 보조금을 1만~4만원 인상하는 내용의 새 이용약관을 정보통신부에 신고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달 27일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이 재개된 이후 18일 만에 업계 2위인 KTF가 보조금을 기습 인상하자 수위 업체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KTF의 이번 인상 조치로 인해 이동통신 시장에서 보조금 인상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KTF가 이날 정통부에 제출한 이용약관을 보면 현행 네 구간으로 돼 있는 6개월간 사용 요금대를 여섯 구간으로 늘리고 보조금 지급 금액을 늘렸다.

즉 종전 ▶ 18만원 미만 ▶18만~ 30만원 미만 ▶30만~ 42만원 미만 ▶42만원 이상 등에서 ▶18만원 미만 ▶18만~24만원 미만 ▶24만~30만원 미만 ▶30만~42만원 미만 ▶42만~54만원 미만 ▶54만원 이상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는 요금을 많이 납부한 고객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조치다. 가령 종전에는 18만~30만원 미만의 요금을 최근 6개월간 납부한 고객은 가입 기간에 따라 7만~9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그러나 13일부터는 18만~24만원 미만을 납부한 고객은 종전과 같은 보조금을 받지만, 24만~30만원 미만을 낸 고객은 9만~11만원을 받을 수 있다.

KTF는 이번 조치로 고객의 3분의 2 가량이 종전보다 1만~4만원의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6개월 동안 이용 금액이 54만원(월 평균 9만원) 이상인 가입자는 종전 보조금보다 2만~4만원 정도를 더 받는다.

KTF가 이날 업계 처음으로 보조금 인상을 단행한 것은 보조금 재개 이후 SK텔레콤에 가입자가 몰리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KTF의 가입자는 4997명 줄어든 반면 SK텔레콤은 1만3057명 늘었다. 또 KTF가 최우량 가입자에 대한 보조금을 22만원으로 늘린 것은 SK텔레콤의 장기 우량 가입자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최우량 가입자에게 19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KTF의 보조금 인상 조치에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덩달아 보조금을 올릴 계획은 당장 없고 좀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는 "보조금 속성상 한 업자가 올리면 경쟁업체가 그대로 버티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반응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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