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거함」다시 뜨려나|조선육성 응급처방 나오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나라 조선 업은 70년대 중반까지 한때 반짝 경기를 즐겼으나 그후 만성적 적자로 미운 오리새끼와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87년 한해만 보더라도 현대가 9천6백30억 원 매출에 3천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을 뿐 대우는 5천1백39억 원 매출에 6백94억 원의 손실을 냈고 삼성 5천5백70억 원 매출에 92억 원의 순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프로보(Probo)선 인도지연에 따라 은행관리업체로 넘어간 조선공사는 2천4백38억 원의 매출액보다 많은 2천4백45억 원의 손실을 냈다.
게다가 작년에 이은 금년의 노사분규, 원자재가격앙등, 원화 절상 등으로 조선업계는 한마디로「밑 빠진 독에 물 붓기L의 형국이 되었다.
금년 들어 신규수주가 활기를 띠어 지난 6월말 현재 수주량이 22척에 총 t수 1백18만5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늘어났지만 3고의 삼각파도로 수주량이 많을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곤혹을 겪고 있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간부연수교육에서『80년 중화학공업 통폐합조치 당시 조선업에서 손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한 얘기가 실감이 날 정도다.
그러나 상공부가 산업은행·수출입은행·한국산업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마련한 조선공업 대책을 보면 업계의. 참담한 현실에 서광을 비춰 주고 있다.
현재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적절하게 묘책을 강구하면 조선 업은 2000년대의 유망산업으로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의 근거는 우선 87년9월을 기점으로 수주 잔 량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6백2만1천 G/T로 26.7%를 차지해 일본의 5백3만8천 G/T(22.3%) 서유럽 조선연합체(Associated West Europe)의 4백51만 G/T(20.0%)를 따돌렸던 것.
특히 엔화절상에 따라 대일 경쟁력이 향상되었고 장치산업의 특성으로 중국을 제외한 후발 개도국의 추격이 있을 수 없다는 가정 하에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84년 이후 유가하락에 따른 석유 물동 량의 증가와 세계경제의 회복기조에 따라 해상 물 동량이 증가하는데 반해 선복량은 82년을 고비로 감축 세에 있고 노후선박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신규수주량 확대의 가능성은 일본·AWES에 비해 훨씬 높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행정적 지원조치를 강구하고 업계가 자구노력을 기울인다면 88년과 89년에는 원화 절상 및 임금상승의 영향으로 다소 경쟁력이 약화된다 하더라도 90년부터는 환율변동 및 임금인상의 안정세유지로 7%이상의 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전망이라는 것.
이에 따라 조선업계의 경영수지는 88년을 기점으로 호전되어 90년께는 대부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전망으로 현대는 91년에 2백98억 원, 삼성은 1백40억 원, 대우는 76억 원의 경상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조선공사는 그 동안의 누적적자 과다로 90년대 하반기에야 경영정상화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상공부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효율적인 행정지원의 기반 위에서나 가능한 것.
계열사 상호증자규제 예외인정, 여신한도제한, 연불수출금융조건의 개선, 산은 차입금의 일부 출자전환 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대부분의 행정조치가 재무부 등 관련부처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만큼 관련부처간 협의에서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지원조치가 이루어지겠느냐는 점이다.
70년대 중화학공업의 열기 속에서 과다하게 벌여 놓았던 장치산업인 조선공업을 그대로 쓰러지게 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2000년대의 유망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종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