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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같은 AI, 2047년 등장 … 뇌에 칩 심는 ‘합체’가 대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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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호 28면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인공지능 ③

반도체 컴퓨터보다 수천조 배 빨리 작동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의 개념도. 지난해 11월 IBM은 50큐비트 양자컴퓨터의 원형을 선보였다. [사진 픽사베이]

반도체 컴퓨터보다 수천조 배 빨리 작동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의 개념도. 지난해 11월 IBM은 50큐비트 양자컴퓨터의 원형을 선보였다. [사진 픽사베이]

“인공지능(AI)은  21세기 변화의 가장 큰 동인이 될 것이다. 우리의 경제·문화·정치, 심지어 우리의 신체와 마음까지도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만일 당신이 2050년의 시나리오를 들었는데 그게 마치 과학소설 같다면 그건 틀린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가 과학소설 같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건 확실히 틀린 것이다.”

2049년 소설 쓰고 2053년엔 수술 #비관론자 “악마 소환, 인류의 종말” #사람 능가하기 전 뇌와 연결 주장 #“미래 선택은 과학 아닌 정치 문제”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이다.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의 저자인 그는 지난해 가디언에 이 같이 기고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스 테그마크 MIT 교수의 신간 『라이프 3.0』 서평에서다. 문제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다. 계산 기계가 모든 과제에서 사람을 능가하는 때가 올까? 앞으로 45년 이내에 그런 시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50%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지난해 5월 옥스포드대와 예일대 연구팀이 공동발표한 조사내용이다.

이들은 2015년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와 ‘국제머신러닝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한 학자 1634명에게 설문을 보내 352명의 답신을 받았다. 응답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언어 번역을 잘하는 시기는 앞으로 6년 후인 2024년이라고 보았다. 고등학교 수준의 에세이를 쓰는 시기는 2026년,  트럭을 운행하는 시기는 2027년, 소매업소에서 일하는 시기는 2031년, 베스트 셀러를 쓰는 것은 2049년, 외과수술을 하는 것은 2053년이라고 예견한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이 탄생하는 시기는 평균 2047년으로 보았다.

AI의 미래 역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저마다 다르다. 막스 테그마크 MIT 교수의 평가를 보자. 그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를 디지털 이상주의자로 분류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해 인간 수준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그것은 인류의 번영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마음의 아이들』을 쓴 한스 모라벡이나 『특이점이 온다』의 레이 커즈와일이 여기에 속한다.

IBM이 발표한 50큐비트의 양자컴퓨터의 프로토타입. [사진 IBM]

IBM이 발표한 50큐비트의 양자컴퓨터의 프로토타입. [사진 IBM]

이에 대해 기술 회의론자들은 그렇게 고도로 발달한 AI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바이두의 수석 과학자인 앤드루 응이나 MIT 교수로 여러 산업용 로봇을 개발한 로드니 브룩스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인간 수준의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수백 년이 지난 뒤에야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을 경고한다. 범용인공지능은 ‘우리가 그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불멸의 독재자’가 된다는 것이다. 고 스티븐 호킹 역시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테그마크 본인의 의견을 보자. 그에 따르면 범용 인공지능(AGI)의 진정한 위험은 악의가 아니라 능력이다. “초지능 AI는 자신의 목표를 아주 잘 달성할 수 있을 텐데, 만일 이들 목표가 우리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곤경에 빠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이런 수준에 이르기 전에도 위험이 존재한다. 사람들을 상시적으로 추적하고 빅 데이터를 이용해 이들의 행태와 성격을 분석하는 감시 시스템을 생각해 보자. 이것은 터미네이터 스타일의 살인 기계가 전혀 없이도 우리의 프라이버시와 개성, 민주 제도를 파괴할 수 있다. 고도의 범용인공지능은 언제 탄생할까? 지난해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개인용 컴퓨터가 인간과 같은 수준의 정보처리 능력을 갖추는 시기를 2029년으로 보았다. 칩의 연산능력이 해마다 2배로 커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예측에 적용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법칙은 공정이 10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 이하로 작아진 최근에는 맞지 않게 된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혁신이 지난 2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레이저를 이용해 기존 반도체 회로를 100만 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가 하는 모든 일은 0과 1, 다시 말해 예스/노 동작을 복잡하게 조합한 결과다. 반도체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컴퓨터는 이런 동작을 초 당 10억 회 정도 해낸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적외선 레이저 펄스를 텅스텐과 셀레늄으로 만든 벌집모양 격자에 쏘았다. 분자 주위의 전자가 ‘들뜬 상태 1’과 ‘들뜬 상태 2’의 궤도를 오갈 수 있도록 레이저로 자극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 반도체보다 100만 배 빠르게 0/1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수퍼 지능 컴퓨터에 이르는 길이 또 하나 열린 셈이다. 이 같은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나의 도발적인 대책이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수십억 배’ 더 똑똑해지기 전에 인류는 인공지능과 합체해야 한다.” 지난 2월 13일 미래학자 이언 피어슨이 세계의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가, 지식인이 참여하는 ‘세계정부서밋(World Government Summit)’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뇌에 칩을 심거나 뇌를 직접 컴퓨터에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일론 머스크는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심지어 해당 기술을 개발할 ‘뉴럴 링크’라는 회사도 세웠다. 머스크는 말한 바 있다. “초지능 컴퓨터를 지금 개발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우리의 뇌에 직접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전에는 말이다.” 이 같은 과격한 대책을 우리는 선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앞서 인용한 유발 하라리의 결론은 이런 점에서 경청할 만하다.

“21세기에 인공지능이 열어놓을 가능성은 폭이 매우 넓다. 그 가운데 어느 것이 실현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향후 몇 십 년 동안 인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선택은 공학이나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의 문제다. 그것은 우리의 정치적 어젠다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서울대 졸업. 중앙일보 논설위원, 객원 과학전문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 역임. 2011~2013년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산책’연재. ‘조지형 빅 히스토리 협동조합’을 통해 빅 히스토리를 널리 알리면서 과학 저술과 강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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