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경수의 조작 동의’ 주장 … 진실은 뭔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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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호 34면

‘드루킹’ 김동원씨가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매크로(댓글 조작 프로그램)를 이용한 댓글 추천 수 올리기 작업에 사실상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작성한 편지 형식의 글에서 “2016년 10월 파주의 제 사무실로 찾아온 김 전 의원에게 매크로를 직접 보여줬다. (댓글 작업을) 허락해 달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고 밝혔다. 편지에는 “작업한 기사 목록을 텔레그램 비밀방으로 일일보고했고 김 전 의원이 매일, 적어도 저녁 11시에 확인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김 전 의원은 지난달 14일 회견에서 “경공모(드루킹 주도의 모임) 회원들이 매크로를 통해 댓글을 불법적으로 조작한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드루킹에게) 의례적으로 감사 인사 같은 것을 보낸 적은 있지만 상의하듯 문자를 주고받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와 김 전 의원의 주장은 상반된다. 둘 중 한 명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씨는 2016년 10월 김 전 의원이 사무실로 왔을 때 여러 명이 함께 있었다고 했다. 경찰과 검찰은 그들을 불러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소설이다”고 주장하는 김 전 의원을 재소환해 조사할 필요도 있다. 경찰은 지난 4일 김 전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했다. 그 뒤로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추가 조사는 없었다.

김씨는 검찰의 사건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편지에서 “(이 사건의) 다른 피의자 조사 시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검찰이 4월 30일께에는 김 전 의원을 잡아들일 것처럼 하다가 14일에는 ‘그럴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김씨가 검사와의 면담에서 경찰의 댓글 수사 축소 등을 조건으로 김 전 의원에 대해 진술을 하겠다며 거래를 시도했다. 이를 거부하자 사실무근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씨 면담 과정이 녹화돼 있다고 하니 검찰은 의혹의 진위를 가감없이 밝혀야 한다.

부실 수사와 여당의 김 전 의원 일방적 두둔으로 이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암흑 속에 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기까지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검경은 실체적 진실을 드러낼 퍼즐 조각들을 성실히 찾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 바란다. 이미 많은 증거가 사라졌다. 남아 있는 물증이라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감춰지고 감싸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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