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식 개혁ㆍ개방 시위 당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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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국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두 차례 중국을 찾아 현안을 논의하며 협력을 강화키로 한 데 이어, 지방당 책임자 전원을 중국에 보내 중국의 발전상을 참관토록 했다. 중국과 북한의 관영 언론들은 16~17일 “박태성 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노동당 친선 참관단이 1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고 전했다. 북한이 친선참관단이라고 밝힌 대표단은 14일부터 중국을 방문했고, 류명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이 포함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은 북한 노동당 친선대표단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중웅CCTV-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은 북한 노동당 친선대표단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중웅CCTV-연합뉴스]

대표단은 김수길 평양시당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의 지방 정책 및 행정 책임자들인 각 지방당 위원장 전원으로 꾸려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지방당 위원장(옛 지방당 책임비서) 전원으로 방중 대표단을 구성한 건 2010년 이후 8년만”이라며 “중국의 발전상을 직접 보고 오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가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대표단은 중국의 영빈관인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에 머물며 중관춘, 과학원, 농업과학원, 기초시설투자공사 등 찾았다.

중국을 방문중인 북한 노동당 친선참관단이 16일 오전 숙소인 댜오위타위를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중인 북한 노동당 친선참관단이 16일 오전 숙소인 댜오위타위를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를 두고 북한이 중국식 경제 모델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동 차원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3월(25~28일)과 이달 초(7~8일)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 경제 관료를 대동하지 않았다”며 “비핵화와 북·미관계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뤘던 상황에서 경제지원을 요청하려 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지 않으려는 계산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중 경제협력이나 지원 문제는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도 중국식 경제개발 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중국도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를 꾸준히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로 중단됐던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이나 협력, 특히 중국식 개발 모델을 이식하기 위한 협의를 별도로 진행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참관단은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로 나오기로 결심하고, 내부 자원 고갈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 책임자들에게 직접 보고 체험하라는 취지일 수 있다. 북·중 간 경제 당국자들의 교류가 진행되며 중국의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설도 나온다. 따라서 북한이 공산당이 정치를 독점하면서도 시장경제 요소를 대거 받아들인 중국식 모델로 방향을 틀지 주목된다. 시 주석이 참관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에 대해 지지를 표한다"며 "중·북 우호 협력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것을 믿는다"고 한 것도 북한의 결정에 대한 지지일 수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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