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한화 류현진 '10K 첫 승 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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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4일 프로야구 미디어 데이. 8개 구단의 주축 선수와 주요 신인 선수가 한 명씩 팀을 대표해서 나왔다. 그때 한화 김인식 감독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했던 팀의 간판타자 김태균과 함께 올해 동산고를 졸업한 왼손 신인투수 류현진(19.사진)을 그 자리에 나오게 했다. 한화를 대표할 신인으로 1차지명 선수이자 팀 내 최고계약금(5억5000만원)을 받은 유원상(20) 대신 2차지명 선수로서 계약금 2억5000만원을 받은 류현진을 앞세운 것이다. 이미 그때 김인식 감독의 마음 한가운데는 류현진을 프로야구를 대표할 만한 '제2의 송진우(한화)'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지난해 동산고를 고교(청룡기) 정상으로 이끌며 유망주로 알려졌을 때 "송진우 같은 대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류현진이었다.

지난 9일 홈구장 대전에서 올해 최고 거물이라는 신인 한기주(기아.계약금 10억원)를 상대해 무너뜨린 김인식 감독은 "한기주도 좋지만, 류현진도 괜찮거든…. 스피드는 비슷하고, 오히려 볼끝은 류현진이 좀 낫지 않나 싶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있게 12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내세우겠다고 했다.

류현진은 기대대로 거물이었다. 12일 LG를 상대한 류현진은 선발로 등판해 7과3분의1이닝 동안 단 3안타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잠재우며 프로 첫 승리를 신고했다. 1m88cm.96㎏의 당당한 체격에서 뿌리는 150㎞의 빠른 공에 LG타선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아웃카운트 22개 가운데 10개가 삼진이었다는 것. 프로야구 신인 데뷔전 최다탈삼진 타이기록이다. 신인이 데뷔전에서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것은 박동수(롯데.1985년), 박동희(롯데.90년), 김진우(기아.2002년)에 이어 류현진이 네 번째다. 최동원도, 선동열도 데뷔전에서 10개의 삼진을 잡아내진 못했다. 또 신인이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기록한 것도 2002년 4월 9일 김진우(기아)가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4년 만의 일이다. 한화는 1회 초 신인 연경흠의 홈런을 앞세워 4-0으로 이겼다. 청주기공-인하대를 졸업한 왼손 외야수 연경흠은 올해 가장 주목받는 타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한화 승리는 투타 신인 유망주의 합작품이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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