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높다고 기쁘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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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풍(吳風.오세훈 바람)'이 거세다.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인 강금실 전 장관의 바람까지 잠재울 기세다. 그는 11일 MBC 여론조사에서 39.0%의 지지를 얻어 강 전 장관(36.4%)을 앞질렀다.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지 단 이틀 만이다. 오 전 의원을 12일 만났다.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한 셈인데.

"떠날 때와 같은 마음으로 돌아왔다. 사회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환경운동을 했다. 그러다 입법권이 있으면 낫겠다 싶어 국회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그렇다. 불출마 선언 이후 나라에 기여한단 마음으로 책도 쓰고 칼럼도 썼다. 그러다 보니 내 생각을 효율적으로 실현하고 싶어졌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했다는 얘긴가.

"딱히 정계복귀를 의도한 건 아니다. 지난해 8월께부터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후 시정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덕분에 당장에라도 구체화할 수 있는 구상이 많다."

-어떤 것들인가.

"서울시민들이 스타벅스에서 사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뉴욕시민이 된 듯한 기분이다. 서울엔 아직 뉴욕처럼 사고 싶고, 따라 하고 싶은 이미지가 없다. 시장이 된다면 이런 문화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생각은.

"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싶다. 동의해준 한나라당도 적절하지 못한 판단을 한 셈이다. 하지만 나는 현실주의자다. 벌써 행정기관.공공기관이 빠져나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 중이다."

-포부가 큰데 왜 "경선 승부에 집착 안 한다"고 했나.

"사람인데 왜 지고 싶겠나. 다만 현재의 경선제도에 따르면 80%가 당내 표로 결정돼 내가 이기기 힘들다. 지난해 말에도 그래서 포기했다. 이번에 나온 건 침체된 한나라당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경선에 지면 선거대책본부장이든 정무부시장이든 주어지는 일을 다 맡겠다."

-기존 후보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인기 좋다고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책구상은 충분하다. '이미지 정치인'이란 매도는 옳지 않다. 그리고 당을 위한 기여법은 다양하다. 나는 내 방식으로 기여했다."

-강 전 장관과 이미지가 비슷한데 '매니어층'이 없어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미지가 왜 비슷하단 건지 잘 모르겠다. 의원 시절에 '오사모'가 만들어진 일이 있지만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 매니어가 생기면 정치인은 그들이 열광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좋지 않다."

-지지도가 높다. 예상했었나.

"아니다. 출마선언을 할 때만 해도 지지도가 별로였다. 하지만 지금도 기뻐하진 않는다. 여론조사 결과는 바뀌게 마련이다."

오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탄핵안에 처음엔 반대했다 나중에 찬성했는데.

"내용적으로 찬성했던 입장이었는데 그럼에도 반대했던 것은 탄핵받을 행태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탄핵을 하면 정치적 부담을 안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고, 거기에 동의했기 때문에 반대했던 것이다. 당론으로 탄핵을 성사시키기로 한 다음에는 당론에 따라 투표했다."

-지금도 탄핵에 동의했던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나.

"당시 내 판단은 노 대통령이 준비 없이 집권해서 갈팡질팡한다고 봤다. (중략) 이런 게 리더십 위기를 맞으며 국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고 평가했기에 한번 정도 따끔하게 경고할 필요는 있었다고 봤던 것이다."

-탄핵에 찬성했던 것에 대해 지금도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보는 것인가.

"…네…."

남궁욱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13일자 8면 '서울시장 예비후보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 기사 중 오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것은 '지난해 말'이 아니라 '지난해 8월께'였기에 바로잡습니다. 오 전 의원은 고민 끝에 지난해 11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 불출마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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