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 난자 수 늘리는 방법 찾아…시험관 시술 성공률 올라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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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난임센터 연구원이 시험관 시술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 한 난임센터 연구원이 시험관 시술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이를 원하는 난임 부부는 시험관 시술을 마지막 방법으로 택하곤 한다. 난자가 몸 속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 하기 때문에 남편의 정자와 부인의 난자를 외부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다음 자궁 내에 이식하는 시술이다. 보통 호르몬 주사로 과배란을 유도한 뒤 난포 조직을 몸 밖으로 꺼내 난자로 배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단 1개만 수정 가능한 난자로 성장한다. 체외 수정할 난자 수가 적다는 한계 때문에 시험관 시술 성공률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정 난자 1개 뿐이라 시술 성공률 30% #서울대병원 팀, 난자 더 얻는 방법 개발 #특정 물질 추가하면 성숙 난자 확률 2.6배 #"향후 3~5년 간 임상 실험 등 진행 계획"

그런데 대표적 난임 치료법인 시험관 시술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새롭게 제시됐다. 국내 연구진이 여러 난자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처음 개발한 것이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15일 동물 실험을 통해 체외 수정 확률을 높이는 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구 교수팀은 시험관 시술 과정서 여러 난포 중 하나만 수정 가능한 난자로 성숙되는 데 집중했다. 성숙한 하나의 난자가 나머지 난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걸 확인했다. 이에 따라 난포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이겨낼 방법을 연구했다.

서울대병원 구승엽 교수팀이 새로 개발한 난자 배양 방법. [자료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구승엽 교수팀이 새로 개발한 난자 배양 방법. [자료 서울대병원]

그 결과 혈관 수축 유도 인자인 '안지오텐신II'를 조절하면 여러 난포를 동시 배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안지오텐신II를 첨가해서 배양한 난포들은 기존의 단일 난포 배양과 비교했을 때 성숙한 난자가 될 확률이 평균 2.6배 높아졌다. 하나의 난자가 아니라 난자 2~3개로 시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렇게 얻어진 난자들이 정자와 수정되는 비율도 기존 시술 방식과 차이가 없었다.

구 교수는 "이번 연구로 난포 체외 성숙 모델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설치류 대상 실험을 마쳤고 앞으로 3~5년간 원숭이 실험을 거쳐 인체 임상 실험도 진행할 계획이다"면서 "후속 연구를 통해 시험관 시술을 받는 난임 여성의 30% 정도가 혜택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코넬대ㆍ웨이크포레스트대 등과 공동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조직공학-재생의학저널' 최신호에 실렸고 국제동시특허(PCT)도 출원한 상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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