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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족집게 예측 “스웨덴전, 후반 30분 이후가 골든타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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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인간 문어’로 불리는 이영표 해설위원.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기술과 전술·체력·정신력이 골고루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인간 문어’로 불리는 이영표 해설위원.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기술과 전술·체력·정신력이 골고루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러시아 월드컵 개막(6월 15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게 된 한국축구대표팀(감독 신태용)은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이어 러시아에서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과의 1차전 반드시 이겨야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 가능 #독일·멕시코는 버거운 상대

본선 F조에 속한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전차군단’ 독일을 비롯해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15위), ‘바이킹 군단’ 스웨덴(23위)과 경쟁한다. FIFA 랭킹 61위의 한국이 상대하기엔 모두 버거운 상대다.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하루 앞둔 13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 이영표(41) 해설위원을 만나 러시아 월드컵 전망을 들어봤다. 이 위원은 해설위원으로 데뷔하던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주요 경기 결과는 물론, 득점이 나올 타이밍까지 정확히 짚어 ‘인간 문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 족집게 예측으로 화제를 낳은 ‘예언가 문어’ 파울에 빗댄 별명이다. 이 위원의 탁월한 경기 분석 능력을 칭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영표는 현역 시절 세차례 월드컵에서 1113분을 뛰었다. 출전시간으론 한국 선수 역대 3위다. [중앙포토]

이영표는 현역 시절 세차례 월드컵에서 1113분을 뛰었다. 출전시간으론 한국 선수 역대 3위다. [중앙포토]

‘인간 문어’는 우리나라의 월드컵 16강 진출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볼까. 이 위원은 “냉정히 말해 25% 정도”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조별리그를 통과 못 한다’고 단정 지은 건 아니다. “객관적인 경기력 차이를 인정하되, 남은 기간 차근차근 가능성을 높여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위원의 말은 2002 한·일 월드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6년 전 당시 축구대표팀 사령탑이던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은 2002 월드컵 개막 50일을 앞두고 “당장 한국이 16강에 오를 가능성은 50%다. 오늘부터 매일 1%씩 끌어올려 월드컵 개막 무렵엔 100%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히딩크 감독의 대국민 약속은 4강 신화 달성과 함께 현실이 됐다.

해설을 맡아 마이크를 잡은 이영표 위원. [중앙포토]

해설을 맡아 마이크를 잡은 이영표 위원. [중앙포토]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16강행’의 첫 단추로 다음 달 18일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 승리를 꼽았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은 “한국이 스웨덴전에서 승리하려면 막판 15분을 골든타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스웨덴에게도 1차전은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라며 “스웨덴은 수비 위주의 역습 전략을 즐겨 구사하지만, 전반에 리드를 잡지 못하면 후반 30분 무렵부터는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과감하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신태용호 입장에서는 상대 뒷공간이 넓어지는 그 순간이 득점 찬스”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또 “스웨덴전은 부담감이 큰 승부인 만큼 경기 중 예측하지 못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초반 15분 동안 개인적인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상대가 세트 피스 득점력이 뛰어난 만큼 가급적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허용하지 않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해야한다. 스웨덴전은 먼저 골을 넣는 것보다 먼저 실점하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장현수(27·FC도쿄)를 비롯해 대표팀 주축 수비수들이 본선에 나서기 전부터 비난받는 현실을 이 위원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월드컵 본선은 그 결과가 ‘한국 축구의 역사’로 남기 때문에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욱 크다. ‘잘해서 이겨야 한다’는 기대감과 ‘나 때문에 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교차한다”고 현역 시절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이어 “팬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에 대해 칭찬할 권리와 비판할 권리를 모두 갖고 있지만, 월드컵을 목전에 둔 지금은 질책보다는 격려가 대표팀에 힘이 된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를 네 차례 평가전에서 대표팀이 경쟁력을 보여주면 팬들도 호응할 것”이라고 했다.

로드 투 러시아

로드 투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들의 투혼이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이영표 위원은 “축구 경기에서 ‘정신력’의 개념이 달라지며 오해가 생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악착같은 플레이나 붕대 투혼을 종종 볼 수 있었던 20년 전에는 A매치가 끝난 당일 밤 대다수의 선수가 음주를 즐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요즘 후배들은 경기가 끝나도 잘 쉬고, 잘 먹으면서 철저히 몸 관리를 한다. 정신력의 영역이 ‘팀’에서 ‘개인’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월드컵은 이 위원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7)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 다른 방송사의 해설위원으로 합류하며 2002 월드컵 4강 주역 세 명(이영표·박지성·안정환)의 중계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박지성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이 위원은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다”며 빙긋이 웃었다.

이영표 위원은 “축구계에 ‘선수는 매 경기 재평가를 받는다’는 말이 있다. 어제 잘했어도 오늘 부진하면 ‘못 하는 선수’로 찍히는 게 경쟁의 생리다. 축구 중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브라질 월드컵과 리우 올림픽, 호주 아시안컵,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시청률 1위를 했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누가 시청률 1위를 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해설위원으로 데뷔하는 박지성 본부장에 대해 그는 “말수가 적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석에서 만나면 진짜 재미있게 말을 잘하는 후배다. 이번 월드컵에서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설도 중요하지만 나도 월드컵을 즐기고 싶다. 해설을 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하면 러시아 월드컵을 즐길 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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