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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 농업부문 비중 두고 협상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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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미 FTA를 위한 양국 간의 협상 일정이 이처럼 구체화되면서 농업인은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정부에 강한 불신감을 노골화하고 있다. 3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40여 농민단체가 중심이 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의 발족식이 열렸다. 대구.경북에서도 3월 14일 농업인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FTA 추진 관련 정부 합동 설명회'가 농업인의 항의로 무산되었다.

그리고 이튿날인 15일에는 대구.경북의 17개 농축산인 단체 회원 300여 명이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구.경북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 발족과 동시에 대구 시내 중심가에서 한.미 FTA 협상 저지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처럼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한 농업인의 시위와 항의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농업인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우리 농업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서 양국 간에 민감한 품목은 관세 철폐 예외 품목으로 지정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에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설사 쌀이 관세 철폐 예외 품목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파생될 문제점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러 부분의 농산물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우선 농업인은 시장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벼농사 쪽으로 작목전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쌀의 공급 과잉은 심화될 것이고 이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농가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국제 협상에서 우리 나름대로는 충분히 대비해 왔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에서 보면 '사후약방문' 격인 예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농업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한.미 FTA는 체결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FTA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농업 부문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FTA 체결 후의 파급효과를 농.축.수산물 품목별로 면밀히 분석하여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사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손재근 경북대 교수·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