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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칸영화제] '공작' 엇갈린 현지반응…기립박수 짧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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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빈 감독의 첩보영화 '공작'이 11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최초 공개됐다. [사진 CJ E&M]

윤종빈 감독의 첩보영화 '공작'이 11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최초 공개됐다. [사진 CJ E&M]

영화가 끝난 뒤 박수가 들려온 시간은 3분 남짓이었다. 제71회 칸영화제가 나흘째를 맞은 11일(현지시간)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첫 공개된 윤종빈 감독의 첩보영화 ‘공작’은 현지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각각 이 부문에 초청된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부산행’이 10분 안팎의 기립박수를 끌어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한국 첩보영화 '공작' 미드나잇 스크리닝 첫 공개 #기립박수 3분에 그쳐, 엇갈린 반응 들어보니…

영화는 1990년대 북핵 실체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던 안기부 첩보요원 흑금성(황정민 분)의 실화를 뒤엉킨 남북한 정세 속에 그렸다. 해외 관객들은 서구 첩보물과 전혀 다른 남북한 비화에 흥미로워했지만, 대통령 선거 이면의 암투 등 복잡한 시대 묘사가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공작' 윤종빈 감독과 주연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이 11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에 앞선 레드카펫에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CJ E&M]

'공작' 윤종빈 감독과 주연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이 11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에 앞선 레드카펫에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CJ E&M]

“다음번은 경쟁부문이다.” 영화를 초청한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윤종빈 감독에게 귀띔했다는 말이다. 투자‧배급사 CJ E&M에 따르면 그는 영화가 끝난 뒤 “웰메이드 영화다. 강렬하면서도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우디네극동영화제 사브리나 바라세티 집행위원장은 “최근 남북한 정상이 만난 시점에서 냉전을 되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영화”라며 황정민‧이성민의 호연을 칭찬했다.

그러나 상영관이었던 뤼미에르 대극장 전체가 우호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배경지식이 부족해 극에 이입하기 힘들었다는 해외 관객들도 있었다. 프랑스의 한 예술영화관 프로그램 담당자는 “칸영화제에서 소개됐던 황정민 주연영화 ‘곡성(哭聲)’(2016)과 재난영화 ‘터널’(2016) ‘부산행’(2016)을 정말 재밌게 봐서 ‘공작’을 보러왔는데, 기대만큼 충분히 즐기진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프랑스 여성 관객은 “첩보물보단 역사영화로 느꼈다”면서 “배우들의 연기와 따뜻한 색감의 촬영이 인상적이었지만, 장르물에서 흔히 봐온 관습적인 장면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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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호러‧재난‧음악영화 등 장르적 쾌감이 강한 영화를 주로 소개해왔다.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수시로 터져 나오는 등 여타 부문에 비해 적극적인 관객 열기가 특징. 그러나 ‘공작’은 이렇다 할 반응 없이 객석이 조용했다. 실제 외모를 빼닮게 분장한 김정일 등장 장면에서 잠시 웃음이 나온 정도다. 한국인 관객들은 가수 이효리가 과거 자신이 북한 무용수 조명애와 찍은 남북한 합작 광고 장면에 카메오 출연한 대목에도 호응을 보였다.

'공작' 상영이 끝나고 장내가 밝아진 뒤 관객들은 박수로 예우를 갖췄다. 감독과 배우들도 화답했다. [사진 CJ E&M]

'공작' 상영이 끝나고 장내가 밝아진 뒤 관객들은 박수로 예우를 갖췄다. 감독과 배우들도 화답했다. [사진 CJ E&M]

상영시간은 2시간20분으로 긴 편이다. 자정을 넘겨 늦게까지 상영돼서인지 도중에 극장을 나서는 관객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영화가 10분여 남았을 때 끝난 줄로 착각한 일부 관객의 박수소리가 짧게 들려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영화는 중국 등을 넘나들며 90년대부터 2005년까지 남북한 시대상을 세심하게 담았다. 실화가 바탕이란 것도 초반부 호기심을 붙든다. 그러나 첩보물로서 긴장감은 다소 부족했다. 기존 한국 첩보물이 선보여온 액션 대신 심리 스릴러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통한 잦은 내면 서술은 지나치게 친절하게 느껴졌다. 한국 관객으로선 이미 결말을 아는 근현대사 흐름도 집중력 있게 지켜보기 어려웠다. 광화문에 민심이 모인 장면 등 최근 정치적 이슈를 다룬 시대극에서 빈번히 다뤄져 기시감이 드는 설정도 더러 있었다.

이날 상영엔 장편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12년 만에 칸을 찾은 윤종빈 감독과 주연배우 황정민‧이성민‧주지훈이 참석해 현지 관객의 환대에 미소와 박수로 화답했다. ‘공작’은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11시 프레스 상영도 남아있어 추후 더 많은 외신 반응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개봉은 올 여름께로 알려졌다. 제71회 칸영화제는 19일까지 계속된다.

영화 '공작' 한 장면. 또 다른 주연배우 조진웅(왼쪽)은 영화 촬영 일정 등으로 올해 칸영화제엔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 CJ E&M]

영화 '공작' 한 장면. 또 다른 주연배우 조진웅(왼쪽)은 영화 촬영 일정 등으로 올해 칸영화제엔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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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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