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군 등 23명 사망"…시리아 새 전쟁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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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탈퇴를 발표한 직후 시리아 수도 인근 이란 군사시설에 미사일 공격이 가해져 화염이 치솟고 있다. 시리아 관영 매체는 이스라엘 군의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탈퇴를 발표한 직후 시리아 수도 인근 이란 군사시설에 미사일 공격이 가해져 화염이 치솟고 있다. 시리아 관영 매체는 이스라엘 군의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 이후 시리아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세 번째 군사적 충돌을 벌여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규정하는 등 중동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美 핵합의 탈퇴 이후 이스라엘, 이란 세차례 군사 충돌 #네타냐후 "이스라엘 공격하면 7배로 보복" #이란 측 "무력 공습은 트럼프 비난 여론 물타기용" #러시아도 못 본 채…무력 충돌 중재자 마땅치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 탈퇴를 선언한 직후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키스웨 지역의 이란군 무기고 등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시리아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그러자 이란군이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의 이스라엘군 초소를 향해 로켓 20여발을 발사했다고 이스라엘 국방부가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난하며 지난 10일 제4차 중동전쟁 이후 4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공습에 나섰다. 시라아내 이란군의 무기고와 정보센터 등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이란군과 시리아군 등 23명이 숨졌다고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를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누구든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우리는 7배로 보복할 것이고, 누구든 이스라엘 공격을 준비한다면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 공격 방침을 밝히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알래딘 보루제르디 이란 안보ㆍ외교상임위원장은 리스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은 위험한 게임에 돌입했다"며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핵합의 탈퇴를 결정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여론을 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골란고원에 대한 공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긴장 상태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내 이란 무기고 등에 대규모 마사일 공격을 가하자 시라아 방공 미사일이 격추를 위해 발사됐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내 이란 무기고 등에 대규모 마사일 공격을 가하자 시라아 방공 미사일이 격추를 위해 발사됐다. [AP=연합뉴스]

 무력 충돌이 이어지자 시리아 정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대치는 시리아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라고 규정했다고 사나 통신이 전했다. 유엔 등은 당사국에 긴장 완화를 주문했지만 미국은 핵합의 탈퇴로 갈등을 주도하고 있고, 시리아 정부에 우호적인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못본 체 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핵합의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비난하는 등 양다리를 걸치고 있어 군사적 충돌을 중재할 세력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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