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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가출 수컷 곰 고속버스와 충돌…치료 위해 다시 포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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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달가슴곰 [중앙포토]

지리산 반달가슴곰 [중앙포토]

지난해 두 차례 지리산을 벗어나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했던 수컷 반달가슴곰 KM53이 지난달 말 세 번째로 지리산을 벗어났으나 이번에는 고속버스에 치여 앞다리가 골절되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측은 KM53을 포획, 지리산으로 옮겨 정밀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이 도로를 획당한 흔적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이 도로를 획당한 흔적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고속버스와 충돌…털 유전자로 확인

지난해 6월 경북 대덕면 수도산 자연휴양림 뒤편 해발 750m 정상 부근에서 생포된 KM53 [중앙포토]

지난해 6월 경북 대덕면 수도산 자연휴양림 뒤편 해발 750m 정상 부근에서 생포된 KM53 [중앙포토]

11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지리산을 벗어난 KM53이 지난 5일 새벽 4시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경남 함양 분기점 인근에서 시속 100㎞로 달리던 고속버스와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함양분기점에서 생초나들목 방향으로 운행하던 고속버스 기사 양 모씨로부터 곰으로 보이는 야생동물과 충돌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단은 전파발신기를 부착한 상태에서 지난달 30일 지리산을 벗어나 이동 중인 KM53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충돌한 고속버스에 묻은 털과 배설물의 유전자를 분석, 충돌한 야생동물이 KM53임을 확인했다.

송동주 종복원기술원장은 "전파 발신기로 계속 추적을 했는데 KM53이 계속 빠르게 이동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사고 제보가 들어왔다"며 "제보를 받고 현장에서 털과 분변을 채취해 확인한 결과, KM53의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종복원기술원 측은 KM53이 지리산 북동부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차량과 충돌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수도산에서 포획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KM53 [종복원기술원 제공=연합뉴스]

지난해 수도산에서 포획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KM53 [종복원기술원 제공=연합뉴스]

사고가 난 지점은 지리산과 김천 수도산 중간 지점이었으며, 지난해 두 차례 이동한 경로보다는 다소 남쪽을 지나는 바람에 고속도로를 횡단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에는 고속도로 교각 아래를 통과했다.

차량과 충돌한 후 KM53은 지리산에서 북동쪽으로 20㎞ 이상 떨어진 경남 함양군과 산청군 경계에 위치한 태봉산에 머물고 있었다.
사고 이후 종복원기술원 소속 수의사가 20m 거리까지 접근해 맨눈으로 확인한 결과, 앞다리가 다소 불편해 보이는 보행 자세를 취한 것 외에는 외상·혈흔 등 부상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왼쪽 앞다리 골절 가능성 제기돼 

하지만 11일 오후 2시 30분쯤 경남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태봉산에서 이동 중이던 KM53을 종복원기술원 측에서 마취총으로 포획한 결과, 왼쪽 앞다리 뼈가 부러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종복원기술원 측은 치료와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곰을 전남 구례군에 있는 종복원기술원으로 이송했다.

송 원장은 "일단 곰의 사지를 촬영하고 혈액을 채취해 염증 여부를 판정할 계획"이라며 "분변을 검사해 내장 손상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M53의 최근 이동경로와 지난해 이동 경로 비교 [자료 환경부]

KM53의 최근 이동경로와 지난해 이동 경로 비교 [자료 환경부]

KM53은 지난해 6월 지리산에서 북동쪽으로 80여 ㎞ 떨어진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했다가 잡혀 왔고, 지난해 7월에 다시 수도산으로 이동했다가 붙잡혀 왔다. 이후 지리산 내에서 생활하다 이번에 세 번째로 이동을 시작했다가 차량과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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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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