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돈너무많이 풀려 통화관리에"골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통화관리가 갈수록 태산이다.
원화절상과 노사분규의 어려움속에서도 꾸준한 수출호조로 인해 상반기중 해외부문에서 물린 돈이 무려5조8천7백억원에 달했으며 하반기 또한 아무리 적게 봐도 최소한 4조원은더 풀릴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세수호조에 힘입어 2조5천억원을 빨아들였던 정부부문이 하반기에는 돈을 푸는 목으로 돌아서 1조원 가까운 추·하곡수매자금과 추경을 통해농어촌부문및 도시영세민지원자금으로 7천억원정도를공급할 예정이다.
민간부문에서도 기본적으로 나갈 자금규모가 주택자금을 비롯, 상업어음할인·중소기업자금등 3조원에 이른다.
그 위에 미국등의 개방압력에 따라 10월중 수입보증금을 폐지하게 되면 여기서 다시 약7천억원의 통화가 풀리게 되며 통화조절용채권발행에 따라 나가는 이자비용도 엄청나다.
상반기중에 시중통화를 흡수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규모는 ▲통화안정증권 5조3백97억원▲재정증권 6백30억원▲외환평형기금채권2천5백88억원등 모두 5조3천6백15억원에 달했으며 이에따른 이자만도 1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통화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그비용으로 이만큼의 신규통화가 공급되는 악순환을 빚고 있으며 한은은 한은대로 긱자가 누적돼 가는 실정이다.
어쨌든 하반기에도 각부문에서 풀릴 돈이 최소한10조원에 이른다는 한은분석이다. 올해 통화를 정부의 목표대로 18%증가하는선에서 억제하려면 적어도4조2천억원을 통화당국이책임지고 환수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하반기중 시중의 돈을 빨아들이기 위해 새로 발행해야할 통화조절용 채권규모가 4조원에이른다는 얘기다.
통안증권을 이렇게 발행하려면 현행 총통화(M₂)의 35%까지만 통안증권을발행할수 있도록 된 규정도고쳐야 할 판이다. 7월중순 현재 통안증권발행잔액이14조원을 넘어 총통화에 대한 비율은 33·3%에 달하고 있는만큼 통안증권은신규로 4조원어치 더 발행할경우 35% 한도를 훨씬 넘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통화운영위원들이 모여 이 비율을 필요한 만큼올리면 통안증권이야 더 찍어낼 수 있겠지만 이를 인수해야 할 제2금융권의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통안증권이 일단 발행되면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이를 단자·증권·보험·투신등 제2금융권이 강제적으로 떠맡지 않을수 없는 형편인데이에따라 이들의 자금사정은 악화될게 뻔하다.
이들 기관은 통안증권을연수익률 12·4%로 인수하지만 자금회전을 위해이를 고객들에게덤핑으로팔지 않을수 없다.
살때 수익률보다 3∼4%더 붙여줘야 팔리니 제2금융권들은 앉아서 연간 약5천억원을 손해보는 셈이 된다. 일부에서는 이를「제2금융권의 등록세」란 별명까지 붙여주고 있다.
한은은 제2금융권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당국의 통화관리에 동참, 어차피 책임을 분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통안증권 말고는 달리 뾰족한 통화환수책이 없다는데서 비롯된 일이다.
문제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는 통화채권 발행이 한계에 달했다는데 있다.
통안증권 그자체의 이자가통화증발을 부채질 할뿐더러 통안증권이 과다하게 공급됨으로써채권값이 폭락, 채권시장에 적잖은 혼란을야기하게 된다. 통화당국의딜레마가 보통이 아닌 것이다. 물가는 뛰고 통화는 늘어나기만할 추세인데 그 고삐를 어떻게 잡을지 두고볼 일이다.

<심상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