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무슨 일이… 경찰, 전격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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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충청권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시 유성구 오토월드에 경찰관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오토월드 내 자동차매매사업조합(사업조합)과 A캐피탈업체에서 컴퓨터 본체와 할부금융 계약서 등 서류를 압수했다.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진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진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와 사이버수사대로 이뤄진 수사팀이 자동차매매사업조합과 A업체에 대해 강요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주차장 임대업체, 강요에 의한 계약·개인정보 유출 혐의 받아 #주차장 임대료 83만원에서 260만원으로 7개월새 3배나 급증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주차장 임대업체에 고객정보 넘긴 혐의 #경찰 "참고인 조사와 관련 서류 검토 마쳐"· 압수품 분석 시작

경찰은 지난달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내사를 시작, 참고인 조사와 계약서·공문 등 관련 서류 분석을 진행해왔다. 이날 매매조합과 A업체에서 압수한 컴퓨터·계약서 등을 조사한 뒤 혐의점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A업체는 오토월드에 입주한 자동차 매매상사와 주차장 사용계약을 맺으면서 불공정하게 계약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주차장을 앞세운 A업체가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강요가 있던 것으로 판단했다.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진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진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권리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가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들 때 성립하는 범죄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사업조합은 각 매매상사가 거래한 중고자동차 매매실적을 A업체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A업체는 강요죄 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상대방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전 오토월드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이유는 이렇다. 오토월드에 입주한 80여 개 매매상사는 주차장 임대료를 내고 있다. 자동차 35대를 주차하는 대가로 매달 임대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매매상사들에게는 2004년 입주 때 1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배정됐지만, 공간이 부족해 별도의 주차공간이 필요했다.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진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진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이 때문에 오토월드와 바로 맞닿은 부지를 빌려 자동차를 전시한 뒤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부지를 빌려 주차장으로 임대하는 곳이 바로 A업체다. A업체는 할부금융이 주 사업이다. 중고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돈이 부족하면 빌리는 곳이 할부금융업체다.

A업체는 지난해 9월부터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다. 주차장 부지 소유주인 B교회로부터 운영권을 위임받은 C산업에게서 다시 위탁을 받았다. 임대인(B교회)-전대인(C산업)-전전대인(A업체)-전차인(매매상사)으로 이뤄지는 4중 구조다. A업체는 4만9400㎡에 달하는 주차장을 통째로 임대한 뒤 임대료를 C산업에게 지급한다. C산업은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B교회에 임대료를 준다.

A업체와 B교회, C산업은 지난해 9월 매매상사들과 주차장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83만원(부가세 별도)이던 임대료(월)를 130만원(부가세 별도)으로 인상했다. 주변 자동차 매매시장과의 형평성과 장기간 인상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7개월 만인 지난달 임대료를 260만원(부가세 별도)으로 올리겠다는 공문이 매매상사들에게 전달됐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해 3배나 오른 금액이다.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진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진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중고차 매매상사들은 “임대료 폭탄을 맞았다. 당장 쫓겨날지도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주차장 부지 소유주인 B교회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점차 올려달라고도 했다. 반면 교회 측은 “임대료 인상은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대인인 C산업과 전전대인인 A업체간 거래라는 이유에서다.

C산업 대표는 “임대료를 인상하게 된 것은 주차장을 재임대하겠다는 업체간 경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매매상사들의 여건을 고려해 A업체, B교회와 임대료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A업체는 자신과 할부금융을 거래하는 매매상사에게는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있다. 고객을 자신들에게 보내주는 대가다. A업체는 50여개 매매상사와 거래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를 맺지 않은 매매상사에게는 임대료를 징수한다. 이들 매매상 역시 다른 할부금융업체에서 고객을 보내주는 대가로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를 압수수색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주차장 임대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충청권의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대전 오토월드를 압수수색했다. 신진호 기자

A업체 측은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등한 관계에서 계약이 이뤄졌고 오히려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매조합으로부터 건네받은 개인정보는 열람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도 명시돼 있다고 했다. 자신들과 계약을 맺은 매매상사나 딜러들이 고객을 다른 할부금융업체로 보내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주차장 임대료를 2배로 인상한 것은 B교회 측이 이전 임차료보다 2배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A업체가 지난 3월 매매상사들에게 보낸 공문에는 ‘당사는 너무 많은 인상액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지만 B교회 측은 지금까지 헐값에 계약해왔다는 판단으로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토지사용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명시돼 있다.

A업체 대표는 “오토월드에 입주한 할부금융사들이 공장한 경쟁을 통해 매매상사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주차장은 경쟁 수단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 수많은 음해와 고소·고발이 있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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