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바람' 누가 막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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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3인3색의 삼국지=막바지에 합류한 오 전 의원은 개혁 이미지를 내세운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를 하면서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인들의 돈줄을 죄는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도 주도했다. 그의 높은 지지율은 이런 '클린 이미지' 때문이다.

맹 전 의원은 안정형 후보다. 방송앵커 출신으로 총재 비서실장과 정책위의장 등 굵직한 당직을 지냈다. 맹 전 의원은 '검증되고 준비된 후보'란 점을 부각할 태세다. 의원직까지 사퇴하고 배수의 진을 쳤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나라당 후보로서의 야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홍 의원은 투사형 정치인이다. 거물을 줄줄이 구속시킨 '모래시계 검사'의 이미지로 원내에 진출한 뒤 '대여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다.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겠다'는 공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그의 거침없는 언변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 조직 대 바람, 협공당하는 오세훈=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여 온 맹 전 의원과 홍 의원은 공격의 방향을 오 전 의원 쪽으로 틀었다. 여론조사에서 단연 우위를 보이는 오 전 의원의 기세가 경선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경선은 맹 전 의원과 홍 의원이 다져 온 조직과 오풍(吳風.오세훈 바람)의 대결이다. 앞서 출발한 두 사람은 그간 서울 지역 의원들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들의 지지를 얻는 데 주력해 왔다. 오풍에 4개월 이상 다져 온 조직표가 흔들릴 수도 있다. 맹 전 의원 측은 "오 전 의원의 급조된 감성정치 이미지를 깰 것"이라며 "오 전 의원의 바람은 강금실 바람에 편승한 것"이라고 오 전 의원을 겨냥했다. 홍 의원 측도 "대의원의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은 당에 대한 공헌도"라며 압박에 나섰다.

오 전 의원은 당내 경선후보인 박계동 의원으로부터 여의도 사무실을 물려받고 2주 남짓한 경선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녹색 넥타이 차림의 그는 "강 전 장관의 대표색이 보라라면 내 대표색은 녹색"이라며 "나는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오며 (녹색이)뼛속까지 박혀 있다"고 개혁 이미지 확산에 나섰다.

◆ 박 대표.이 시장에 구애=오 전 의원은 10일 박 대표와 이 시장을 잇따라 찾아가 인사했다. 박 대표는 "내가 원칙을 지키는 게 모두 여러분을 위한 것"이란 중립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20일 정도까지 지켜보다가 이 시장이 한 후보에게 힘을 몰아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립을 지키다가 경선전 막판 승리 가능성이 큰 후보를 화끈하게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박 대표(맹형규) 대 이 시장(홍준표) 대 소장파(오세훈)의 대리전 구도로 몰아가고 싶어한다. 반면 맹 전 의원은 계파 대리전이 아닌 대선 주자들이 손을 뗀 순수 경선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최상연.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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