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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줄다리기만…여야, 합의 결렬 막전막후

중앙일보

입력

여야의 마라톤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정상화 데드라인으로 정한 8일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법안과 추경예산안 처리 시점 등을 놓고 줄다리기만 계속됐다.

원내내표 회동→원내 수석부대표 조율→원내대표 후속 협상은 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간 가까이 공전했다. 협상은 될 듯 말듯, 반전의 분위기만 피우다가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국회의장 "국회 정상화 안 되면 세비 반납"

8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장실에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정례회동을 위해 모여 앉은 모습. [연합뉴스]

8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장실에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정례회동을 위해 모여 앉은 모습. [연합뉴스]

이날 오전 10시 30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 노회찬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정례 회동 자리에 모였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를 5월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국회 정상화가 안 되면 4월 세비를 반납하고 정상화가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럼에도 오전 정례 회동은 소득 없이 끝났다. 우원식, 김성태 원내대표는 협상 후 기자들을 만나 각각 “협상을 (오후에도) 계속할 것” “(협상을) 추가로 해봐야 한다”고 말해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을 닫아놓진 않았다.

물밑 조율로 분위기 반전됐지만…

오후엔 각 당의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여야 원내대표가 아침에 나눈 논의 결과를 토대로 민주당 박홍근, 한국당 윤재옥, 바른미래당 오신환, 평화와 정의의 모임 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오후 3시 30분부터 물밑 조율을 이어갔다.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이방 저방을 오갔다. 표정과 말 한마디로 분위기는 오르락내리락 했다.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본청 계단에서 주저앉자 당직자들이 부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본청 계단에서 주저앉자 당직자들이 부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쟁점은 드루킹 특검과 추경안 처리 시기 문제였다. 보수 야당은 먼저 조건 없이 특검법안을 처리한 뒤 추경안을 논의하자는 ‘선(先) 특검 후(後) 추경안 처리’ 입장이었다. 민주당은 ‘특검법안과 추경안의 동시 처리’를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검을 먼저 통과시키면 나중에 추경안 처리는 안 해주는 '먹튀(먹고 튀기)'가 나올 수도 있다"며 서로에 대한 불신감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21일에 특검과 추경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안이 절충점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후엔 14일에 특검·추경·지방선거 출마 의원직 사퇴를 동시에 처리하는 패키지 합의안이 논의됐다.

"100시간 이내로 좁혀…" 결국 결렬

여야 원내대표들이 오후 5시 30분 다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협상 타결에 성공하고 곧바로 본회의가 열릴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자 국회가 술렁였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협상하는 동안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국회에서 대기했다. 추경안과 관련해 필요한 설명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였다. 40분쯤 뒤 원내대표들이 회의실에서 나왔지만, 마찬가지로 협상은 결렬이었다.

김성태, 김동철 원내대표는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A, B 두 개 안을 제시했으니 우 원내대표 결심에 달렸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얘기는 안 듣고 자기들 말만 하고 갔다"고 했다. 다만 "(법안 처리 시기) 협상이 100시간 이내로 좁혀졌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8일 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8일 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추미애 당 대표가 오후 7시 10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들을 불렀다가 이내 취소를 알리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의원들에게 협상 후 열릴 수도 있는 의원총회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국회 근처에서 기다려달라"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결국 오후 10시가 넘어서 각 당에서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는 연락과 "의원총회를 개회한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바른미래당은 의원 전원이 국회 본관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철야농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특검 수사대상, 추경안 처리 시점이 쟁점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8일 밤 국회 정상화와 드루킹 특검 등을 요구하며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8일 밤 국회 정상화와 드루킹 특검 등을 요구하며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온종일 여야 지도부의 말은 엇갈렸다. 이날 밤 마지막 의원총회를 먼저 마치고 나온 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특검의 수사대상에 대해 결정을 못 내렸고 그 이유 중 하나가 원내 지도부 교체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부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특검의 명칭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댓글 조작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합의했다. 민주당 요구대로 민주당, 김경수 등은 뺐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 추천 방식은 야당이 요구한 대로 여당의 거부권은 뺐다. 그런데 수사 범위에 대해 민주당은 '수사축소 의혹 등을 현재 지도부가 교체를 앞두고 받을 수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시기 문제를 꼽았다. 한국당이 14일 패키지 처리를 제안했지만 "물리적으로 14일까지 추경안을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까지 법적 절차를 이행한다는 것은 부실추경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는 일"이라며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밤 11시가 넘어 정세균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한 심정이다"고 소회를 적었다. 정 의장은 "국민께 힘이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9일부터 의회 외교 차원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방문해 캐나다 총리, 멕시코 대통령 등과 회담을 할 계획이었지만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양국에 양해를 구한 뒤 일정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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