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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후보들도 “무상급식” “무상교복” 격세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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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13 지방선거 출마를 예고한 보수진영 후보들이 진보진영 후보들의 전유물이었던 무상급식, 무상교복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던 4년 전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교육은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진보적 시각이 대세가 됐다는 방증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4년 전엔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경남, 홍준표 지사 때 무상급식 중단 #김태호 “교육 질 높여야” 입장 바꿔 #진보 측선 수학여행비로 범위 확대

대표적인 곳이 보수와 진보 진영의 최대 접전지인 경남이다. 자유한국당 김태호 경남도지사 예비후보는 최근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하며 30~40대 젊은층 표몰이에 나섰다. 경남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지사로 재임하던 2015년 1월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당시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김 예비후보는 무상급식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홍 대표를 거들었다. 3년여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김 예비후보는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위해 교육여건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교육감 예비후보들도 앞다퉈 무상급식 공약을 내놓고 있다. 중도 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김선유 경남교육감 예비후보는 유치원 무상급식과 7년째 동결된 급식 단가 인상을 약속했다.

6·13 후보자들의 무상교육 관련 공약들

6·13 후보자들의 무상교육 관련 공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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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함께 중학교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유이한 지자체인 경북에서도 초·중·고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지 않은 교육감 후보를 찾기 힘들다. 경북교육감에 출마한 예비후보 5명 중 4명이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공언했다. 4년 전 제16대 교육감 선거에선 고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놓은 후보가 한 명도 없었다. 특히 보수 진영 후보인 임종식 예비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임 예비후보는 초·중·고는 물론 유치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임 후보는 “인구 절벽 시대에 농어촌 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권오을 예비후보도 중학교 전면 무상 급식에 더해 무상교복 지원을 내걸었다.

지난 3월에야 중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된 울산은 교육감 예비후보 7명 가운데 6명이 무상급식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보수 진영 교육감 예비후보 3명 모두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박흥수 예비후보는 고교 무상급식 단계적 확대, 중학교 교복 무상 지급, 고교 교과서 무상 지급 등 3무(無) 정책을 공약했다. 김석기 예비후보 역시 교복 무상 지급,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내걸었다. 권오영 예비후보는 유치원 무상교육을 공약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이미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인천·세종·강원·전북·전남에선 친환경 급식이 화두다. 인천교육감 보수 단일 후보인 고승의 예비후보가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을 약속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상급식이 더 이상 쟁점이 되지 않자 진보 진영 후보들은 교복과 수학여행 등으로 무상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남교육감에 출마한 차재원 예비후보는 “입학금과 수업료, 교복, 수학여행 등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며 초·중·고 무상교육을 공약했다. 경북교육감에 출마한 이찬교 예비후보 역시 “급식뿐 아니라 무상교복, 수학여행과 같은 체험학습비도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차를 타고 이동하는 초·중학생들에게는 교통비를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상 확대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포항급식연대 전정란(43) 사무국장은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추세에서 교육의 복지적 성격도 강화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한재규씨도 “수업료가 무료라고 해서 진정한 무상교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학습에 필요한 제반 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게 저출산 극복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무상급식에 투입되는 재정은 총 3조5063억원이다. 전국 초·중·고 학생 570만9400명 가운데 471만2000명(82.5%)이 지원받고 있다. 무상급식 실시율이 69.2%로 전국 꼴찌인 대구가 무상급식 확대에 소극적인 것도 재정 부담 때문이다. 대구교육감에 출마한 보수 성향의 강은희 예비후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데 무조건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보다 급식의 질을 높이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경북교육감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사퇴한 김정수씨는 “무상급식 실시율을 10% 높이려면 250억원이 든다”며 “무상급식 공약은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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