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北 젊은이들 서울 몰린다…13개주 연방제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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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남북한을 13개 주(州)의 ‘연방제 국가’로 만들자는 현직 검사의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코리아 연방 공화국'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연방제는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처럼 여러 개의 지방정부가 예산ㆍ행정 등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다.

대북 전문가 현직 부장검사 '중위 연방제' 제안 #남북 균형발전 위해 '코리아 연방 공화국' 제시 #최 소장 "통일 이후 2배 커진 한국, 규모 갖춰"

미국처럼 13개 자치주 합쳐 ‘코리아 연방 공화국’으로

 최 소장의 주장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최근 통일에 대한 기 대감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 소장의 주장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최근 통일에 대한 기 대감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기식(49ㆍ사법연수원 27기) 법무부 북한 인권기록보존소장(부장검사)은 지난달 발간된 서울대학교 법학평론에 실린 ‘통일 한국의 바람직한 통치구조 모색’이란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최 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정서상이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지만, 우리나라보다 인구와 영토가 좁은 스위스에서도 연방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통일 이후 2배로 커진 한국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가 연방제를 실시할 규모를 충분히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에서 “현재의 중앙집권체제로는 통일 후 2배 이상 커진 영토와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한이 합쳐진 형태의 연방제”를 강조했다. 이는 여러 개의 정부를 두는 ‘중위 연방제’로 남·북한 따로 2개의 정부를 두자는 기존의 북한 주장(거시 연방제)과는 다른 개념이다.

최 소장은 독일에서 3년간 법무 협력관으로 활동하고,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등을 역임했다. 독일 통일 과정과 북한 사법체계, 한국의 통일 후 사법현안 등에 대한 깊은 식견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기식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중앙포토]

최기식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중앙포토]

논문에 따르면 남한에는 우선 서울주, 부산주, 경기주, 인천주, 충청주, 경상주, 전라주, 강원주, 제주주 등 9개 주 정부가 설치된다. 최 소장은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 다음 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연방제 실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일이 이뤄지면 북한 지역에는 평양주, 황해주, 평안주, 함경주 등 4개의 주 정부가 설치되고, 남한과 합쳐 13개 주의 ‘코리아 연방 공화국(가칭)’이 만들어진다.

“北 인구 대거 서울 몰려와…주마다 ‘SKY 대학’ 만들어 분산”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은 북한의 젊은이들. [연합뉴스]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은 북한의 젊은이들. [연합뉴스]

최 소장이 연방제를 주장하는 핵심 이유는 ‘수도권 쏠림 현상’ 때문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연방제 실시를 강조했다.

그는 통일 뒤에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봤다. 최 소장은 “독일의 경우 통일 이후 동독 젊은이 200만 명이 서독으로 넘어갔다”며 “북한 젊은이들도 일자리를 찾아 서울 등 수도권으로 몰려오고 북한 지역은 주로 노인만 남아 더욱 비어갈 것”이라고 했다.

또 “13개 주에 거점 대학 2∼3곳을 해당 주의 최고 대학으로 만들면 26∼39개 대학이 지금의 SKY(서울ㆍ연세ㆍ고려)대학과 같은 지위와 명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도 전망했다.

선거·사법 제도도 변화…‘의원내각제’ 제안

독일 베를린 분데스타크(연방 하원)의 본회의 현장.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서로 다른 정책을 가진 정당들이 연합해 연정을 꾸리는 협치 문화가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일 베를린 분데스타크(연방 하원)의 본회의 현장.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서로 다른 정책을 가진 정당들이 연합해 연정을 꾸리는 협치 문화가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와 사법제도도 ‘연방제’에 알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 중 하나가 대통령은 상징적 의미로만 두고 의회의 다수 정당 소속 총리가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의원 내각제’다. 최 소장은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면 지역 간의 분열을 막을 수 없는 반면 의원내각제는 여소야대의 위험 없이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지금처럼 한 개가 아닌, 5개 거점 주에 일반·행정·재정·노동·사회를 각각 담당하는 연방 대법원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검찰도 연방검찰청과 별도로 각 주마다 최고 검찰청와 산하 검찰청을 따로 두자고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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