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아이가 나를 진정한 예술가로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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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한 독일의 여성 감독 도리스 되리(51)가 7일 오후 2시 서울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도리스 되리는 마리아 슈레이더 주연의 '파니 핑크'로 잘 알려진 유명 감독. 그는 오페라 연출가이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이번 서울여성영화제에 신작 '내 남자 친구의 유통기한(The Fisherman and His Wife)'을 선보였다.

이 영화는 그림형제의 동화 '어부와 그의 아내'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내와 어류 전문가인 남편이 서로의 행복을 위해 성역할을 바꾸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감독은 "전세계 맞벌이 부부라면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을 통해 전통적 성역할의 균형잡힌 변화를 모색했다"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전투적인 페미니즘 영화와 달리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같이 변화하고, 속도 조절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영화의 결론.

되리 감독은 "아이와 가정은 여성의 특권이며 여성들이 직업적 성공을 위해 진짜 소중한 것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나 역시 누구보다 바쁘고 힘들게 살아왔지만 가정과 아이의 존재가 나를, 오만하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는 진정한 예술가로 만들었다"고 했다.

되리 감독은 2002년 '네이키드'로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2001년 베를린국립오페라 극장에서 대니얼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되리 감독은 8일 오후 4시 서울 독일문화원에서 낭독회 및 독자와의 대화를 한다. 9일 오후 2시에는 아트레온극장에서 서울여성영화제 임성민 프로그래머와 함께 공개대담('쾌걸여담')도 한다.

글=양성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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