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드루킹 게이트, 남북 회담 무드로 덮기 어렵지 않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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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이었던 한모씨가 어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드루킹’ 김동원씨와 함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이끌었던 김모씨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또는 뇌물수수) 때문이었다. 한씨의 경찰 출석은 언론이 두 사람의 금전 거래 의혹을 제기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서야 이뤄졌다. 당사자들이 입을 맞출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굼벵이 수사’로 언제, 어떻게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 의원 통신·금융 내역 조사에 필요한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일주일 전에 검찰이 반려했고, 이후 경찰은 다시 신청하지 않았다. 김 의원 조사 날짜도 잡지 않았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어제 “이번 주 내(內)다, 아니다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만약 김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 아니라 야당 정치인이었어도 경찰과 검찰이 이처럼 마냥 시간을 보냈을까. 상당수 국민이 검경을 불신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에 응답자의 55%가 찬성(반대는 26%) 의사를 표시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야 3당이 합의한 특검법안 처리를 막아서고 있다. 여론·공론을 앞세우던 평소 태도와는 180도 다르다. 남북 정상회담에 국민 이목이 온통 쏠려 있는 틈을 타 드루킹 사건을 어물쩍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누차 밝혔듯이 드루킹 게이트는 특검 외엔 답이 없다. 여기에 최근 조폭 사업가로부터 운전기사 월급과 차량 유지비를 지원받았다는 은수미 민주당 성남시장 후보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은 후보 측이 “정치적 음해”라고 주장하는 만큼 이 사건 역시 검경이 신속한 수사로 진실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