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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봄꽃 만발한 고궁으로 떠나는 조선왕조 시간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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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궁중문화축전
근로자의 날(1일)과 어린이날(5일)을 맞아 봄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 예년과 다른 나들이를 원한다면 4대 고궁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아름다운 4대 궁과 종묘에서 국내 최대 문화유산 축제인 ‘제4회 궁중문화축전’이 오는 6일까지 열린다.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 기념’을 주제로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 사단법인 대한황실문화원이 주관하는 이번 축전에선 600년 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과 왕실 문화를 체험해보는 시간 여행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다.

6일까지 4대 궁, 종묘 일대 #세종대왕 삶 뮤지컬 공연 #왕의 일상, 어의 생활 체험

왕실 의례 가운데 가장 성대한 종묘대제를 종묘에서 관람할 수 있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왕실 의례 가운데 가장 성대한 종묘대제를 종묘에서 관람할 수 있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왕실 문화 엿보는 프로그램 풍성

경복궁 강녕전에선 ‘왕후의 연회’를 주제로 한 해금 특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꽃향기가 가득한 궁에서 해금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궁중 악기 해금의 기품 있는 선율에 흠뻑 취해보자. ‘임금과 신하가 덕으로 만나다’란 뜻의 누각인 경복궁 경회루는 밤에 봐도 절경이다. 이곳을 비추는 조명이 신비로움을 더하기 때문이다. 경회루의 야경을 무대 삼아 국악, 전통 무용, 클래식 음악이 향연을 이루는 ‘경회루 야간 음악회’가 청중을 기다린다. 왕은 하루 중 대부분을 궁 안에서 보냈다. 그런 왕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경복궁에서 재현하는 의례인 ‘왕가의 산책’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왕과 왕비를 선두로 상궁·나인(궁인)·의장·호위 무사가 행렬을 지어 함께 이동한다.

 경복궁의 ‘경회루 야간 음악회’

경복궁의 ‘경회루 야간 음악회’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가 아름다운 창덕궁에선 달빛 아래 고궁의 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 in 축전’이, 봄꽃이 흐드러진 화계(화초·석물·꽃담·굴뚝으로 이뤄진 계단식 정원)를 배경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낙선재 화계 작은 음악회’가 준비됐다. 창덕궁과 창경궁 일원을 16첩 병풍에 생생하게 담은 동궐도(1828~1830년)를 지도 삼아 길을 따라가며 창덕궁의 변화상을 볼 수 있는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덕궁 나무 답사’ 프로그램은 창덕궁 전각과 후원에서 진행한다. 창덕궁 성정각에선 ‘왕실 내의원 한의학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한의사와 한의대생이 어의·의녀로 변신해 왕이 받은 진료(약침·부항 등)를 시연한다. 한방차를 시음하고 약첩을 직접 싸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왕이 실제로 거주하던 생활공간이 상상되지 않는다면 창경궁을 가보자. 당시 궁궐의 일상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창경궁 명정전에선 『정조실록』에 기록된 사건을 실제 배경에서 재현한 단막극 형식의 퍼포먼스 ‘정조와 창경궁’을 통해 정조의 일상을 체험해볼 수 있다. 경복궁을 무대로 한 뮤지컬 ‘세종 이야기-왕의 선물’을 창경궁 문정전에 걸맞게 재구성한 ‘궁중극-세종 이야기’도 관객에게 선보인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뒷이야기를 듣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엿볼 수 있다.

대한제국 수립의 무대이자 근현대사의 상징인 덕수궁. 이곳 정관헌에서는 대한제국 선포 이후 거행된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가 재현된다.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는 동안 오묘한 커피 맛에 반해 덕수궁으로 돌아와서도 가배차(커피)를 즐겼다. 덕수궁 석조전 분수대 옆 ‘대한제국과 가배차’ 체험 부스에선 고종이 마시던 방법 그대로 마셔볼 수 있다. 커피 향 가득한 이 분수대 앞에서 판소리·부채춤·처용무·승무 등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가 펼치는 무형문화유산 공연 ‘백희가무’를 관람해보자.

창덕궁의 ‘달빛기행 in 축전’

창덕궁의 ‘달빛기행 in 축전’

태조 이성계는 한양으로 천도한 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종묘부터 건설했다. 유교적 이념을 기반으로 세운 나라인 조선의 혼이 유교 사당 종묘에 고스란히 담겼다. 왕실 의례 가운데 가장 성대한 ‘종묘대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번 축전에선 종묘대제 때 연주되는 궁중음악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을 놓쳐선 안 된다. 종묘정전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종묘의 장엄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이 음악과 어우러져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궁중 의례와 민간 마당놀이 만남

조선 최대의 축제였던 산대희(山臺戱)가 ‘꽃피는 광화문’을 주제로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펼쳐진다. 산대희는 산대(산 모양의 무대 구조물)를 배경으로 펼치는 각종 연희의 집합체를 말한다. 궁정의 의례와 민간의 마당놀이가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나 다름없다. 당대 최고의 조형 예술, 무대 미술, 공연 예술이 결합한 산대희는 전통 문화예술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산대는 보통 산천초목과 기암괴석으로 만들어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한 볼거리다. ‘세종’과 ‘산대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연을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볼 수 있다.

창경궁의 ‘궁중극-세종 이야기’.

창경궁의 ‘궁중극-세종 이야기’.

체험·전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4대 궁에서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을 화선지로 떠보는 탁본 체험이 준비돼 있다. 또 각 궁에 숨겨진 국보와 보물을 찾을 때마다 스탬프(총 29개)를 찍는 ‘궁궐 속 보물 들여다보기’ 미션을 완수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궁을 배경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을 공모를 거쳐 선정한 ‘고궁 한복 사진전’, 백성과 나라에 대한 왕의 고민이 담긴 ‘어제시(御製詩) 전시’는 보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이번 축전 기간엔 4대 궁과 종묘를 순환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해 관람에 편의를 더한다.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축전이 열리는 각 장소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정차한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는 국민이 먼저 관심을 갖고 사랑할 때 더 발전할 수 있다”며 “이번 궁중문화축전도 국민의 관심과 성원 속에서 문화의 향기가 넘쳐나는 활기찬 행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흥망성쇠를 함께해온 궁에서 대중이 문화유산과 소통하도록 노력했다”며 “이번 축전이 문화유산의 의미를 되새기며 공감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축전의 자세한 프로그램은 궁중문화축전 누리집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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